◎변화무쌍한 장단의 예술사물을 풍운뇌우로 비유한다. 놋쇠와 가죽이 내는 소리인 사물은 가장 본능적이다. 놋쇠가락은 정신을 달아오르게 만들고, 가죽소리는 가슴을 붕붕 뜨게 만든다. 김덕수의 음악세계가 바로 그런 신명이 달아오른 기찬 상태의 환희이다. 20세기 서양문화에 일방적으로 되비질당한 국악을 볼 때 세계를 주름잡는 김덕수의 횡보는 분명 민족의 자존심을 일깨운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20세기 한국음악사는 분명 그를 기억할 것이다.
김덕수가 난장 데뷔 40주년을 기념해서 「두드리」라는 제목으로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판을 벌였다. 이 공연은 도깨비 방망이의 조화같은 변화무쌍한 장단의 무대였다. 김덕수와 진도씻김굿의 박병천, 승무의 이매방, 소고놀이의 명인 황재기, 서양 풍각쟁이같은 유진 박(전자바이올린), 이정식(색소폰) 등은 두드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두드림으로써 예술적인 경지를 유감없이 표현했다.
그러나 두드리 판으로서는 좋았지만 두드리 정신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했다. 판굿이나 장단의 대부분이 이리농악적 범주에 머물고 크로스오버가 일탈을 위한 해프닝 혹은 장단 반주 행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두드리는 결국 본능적인 몸짓에 그칠 것이다. 이는 그가 미래의 한국음악계에 두드리로서 존재할 것인가 아니면 모가비가 될 것인가에 대한 갈림길이기도 하다. 장단은 말그대로 숨의 길고 짧음을 구조화한 것으로, 우리 음악사를 볼 때 장단의 형성은 성악과 기악의 변화를 촉진시켜왔다. 그는 이제 장단놀음의 경지가 아닌 소리놀음을 할 때가 된 것 같다.<김태곤 음악평론가>김태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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