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참땐 국민 납득 못시켜” 현실론 우세/야 보선승리후 자신감 공세 한층 강화여야는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국회증언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는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일각에서 증언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현철씨 증인채택문제를 대하는 여권의 입장은 이중적이다. 총무회담, 국정조사특위에서 야당과 협상을 벌일 때는 한마디로 『노(NO)』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이 문제를 다룰 때는 불가론과 불가피론이 엇갈린다. 엄밀히 보면, 불가피론이 우세한 편이다.
이같은 이중적 양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결국 불가피론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않다. 10일 여야의 국회운영 협상에서도 서청원 총무는 『확실한 증거없이 현철씨를 증언대에 세울 수 없다』고 불가론을 고수했다. 하지만 상당수 의원들은 사견임을 전제로 『국정조사특위에서 의혹의 대상인 현철씨가 나오지 않고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현실적으로 여론에 밀려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당직개편이 끝나면 언론과 국민의 시선이 다시 국조특위로 쏠리고, 여론이 진실규명이라는 명분론으로 기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나중에 끌려나오듯 증언대에 서느니 자발적으로 나서야한다』며 『일부 민주계 의원들이 현철씨를 설득하고 있으나 아직 성과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여권 핵심부가 내부적으로 증인채택문제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는 증좌이다. 구체적으로 국정조사 마지막 날 현철씨가 증언하는 방안도 흘러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불가피론을 주장하는 의원들도 『야당의 정치적 공세는 막아야한다』고 강조한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은 「3·5보선」 승리이후 현철씨 문제에 대한 공세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양당은 이날 8인공동위를 열어 현철씨를 국회 한보국조특위의 증인으로 반드시 채택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동영 대변인은 회의를 마친뒤 『현철씨 증인채택을 통해 지난 4년간의 국정문란 진상과 한보와의 연결고리를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면서 『현철씨 증인 채택문제는 절대 양보 불가라는게 회의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총재는 이날 합동의총에서 『미국 국민이 워터게이트사건을 끝까지 파헤쳐 닉슨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것처럼, 우리 국민도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다시피 사과했어도 끝을 보자는 쪽으로 변화했다』고 강경기조를 내비쳤다.
자민련 안택수 대변인도 성명에서 여권내의 현철씨 증인채택 수용 움직임과 관련, 『여당안에 양심적인 인사가 남아있다는 증거로 환영하며 칭찬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국민회의 김총재의 경우 현철씨 문제에 관한한 지금까지 공세의 수위를 조절해온게 사실이다. 이같은 자세에는 김대통령에 대한 무한수위의 추궁이 자칫 기존 정치권 전체의 공멸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었다. 그러나 보선에서의 압승이후 이같은 김총재의 인식에는 변화가 나타났다는게 국민회의측 설명이다.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총재가 어떤 경우든 YS와 같이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면서 『한보사태에 그치지 않고 현정권의 핵심에 대한 총체적 비리를 추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유승우·이영성 기자>유승우·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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