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과학자가 탄생시킨 「돌리」라는 귀여운 이름의 복제양이 일상에 매몰된 우리의 시선을 새로운 곳으로 돌려놓고 있다. 다른 양의 유전자정보를 그대로 갖고 태어난 이 작고 기이한 생명체는 여러 큼직한 뉴스 속에서도 단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리 종교·시민단체들도 서둘러 「인간복제 반대」시위를 벌였다.돌리의 탄생소식은 최근 우리를 괴롭혀온 부정부패와 관련한 잇단 폭로보도 못지않게 충격적이다. 「인간 존엄성에 대한 도전」이라는 윤리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도 돌리는 공상소설에서나 가능했던 여러 재앙적 상황을 상상하게 한다. 복제양을 탄생시킨 이언 윌머트 박사는 『인간을 복제할 생각은 없다』고 단언하지만 그가 속한 연구소에서는 『2년내에 인간복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각국은 인간복제를 실험하는 연구소에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끊임없이 불가능한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 과학자의 생리인 이상 언제까지 그들의 도전욕과 호기심을 억제할 수 있을지 안심할 수 없다.
지난해 발표된 「게놈」이라는 소설에서는 인간이 스스로 유전자조작을 통해 우수한 특질을 갖춘 「우성인간」을 만드는 상황이 나온다. 그러나 이들은 유전자 조작과정에서 평범한 인간은 당연히 갖췄을 태양광선에 대한 면역기능을 결여하게돼 결국 자멸하고 만다. 소설은 생명에의 도전에 쉽게 판정패를 내림으로써 독자를 위로하지만 현실은 다를 수 있다. 생명복제나 유전자조작의 문제는 그리 먼 얘기는 아니었다. 그 가능성은 항상 예견돼 왔으나 애써 외면해왔다고 볼 수도 있다. 돌리에 대해 각국이 서둘러 대책마련을 서두르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돌리는 「생명은 누가 창조했는가」라는 질문을 새삼스레 떠올린다. 인간의 영역은 어디까지인가, 영혼은 과연 무엇인가 등의 근원적인 질문이 이어질 수 있다. 돌리는 재앙에 가까운 충격적인 뉴스이기는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모처럼 각자 스스로에게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순수하던 시절 품었던 이런 의문들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면 세상을 보는 시선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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