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어드 출신 소리의 포용력을 모국서 찾아/“판소리를 테크노 팝처럼 사물을 하드록 드럼처럼”화제의 전자 바이올린 주자 박유진(21)이 첫 음반 발매를 눈앞에 두고 있다. 본령인 클래식은 물론 재즈 록 발라드, 그리고 한국에서의 새로운 눈뜸까지 독특한 음악 세계를 정리한다. 5월중 출반 예정.
지난해 12월14일 KBS 「열린음악회」 무대를 통해 한국에 첫 선을 보인 이래, 그는 무대마다 화제를 뿌려왔다. 재즈클럽 「야누스」에서 재즈 피아니스트 신관웅씨와의 20여차례 잼(Jam·즉흥협연), 압구정동에서의 노상공연 등.
16년만의 한국행이 거둔 성과다. 미국서는 「유진 박」으로 널리 알려진, 자칭 「애드립 록 크로스오버」 바이올리니스트 박유진. 클래식과 록의 즉흥적 접목이다.
의사인 아버지와 함께 5살 때 미국 이민을 떠난 그는 곧 줄리어드 예비학교에 입학, 두각을 나타냈다. 고교생 신분으로 정식 줄리어드에 다닐 정도였다. 줄리어드 입교 후에는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함께 전공, 평점 A.
그러나 마음은 언제나 현장에 가 있었다. 앰프와 바이올린을 메고 센트럴 파크로 나가 아무거나 10분만 연주하면 60불은 족히 모으던 영락없는 거리의 악사(Street Busker)였다. 줄리어드 2학년부터는 뉴욕의 플라자, 왈도, 레인보우 등 특급 호텔과 카페 무대가 불렀다. 딴 사람보다 2∼3배 보수의 인기인이었다. 뉴욕 최대의 연예 매니지먼트사도 달려 들었다.
지난해말 한국서의 귀국무대는 그러나 달랐다. 인기를 즐길 틈이 없었다.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던 한국의 소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김덕수씨의 사물에서 그는 마음껏 연주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보았다. 사물에 둘러싸여, 기분에 따라 바이올린을 마음대로 켤 수 있었다. 사물은 그가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한없는 포용력으로 다가왔다.
안숙선씨의 판소리는 인성의 악기적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추구하는 「1인 오케스트라」였다. 특히 안씨와는 설날에 함께 공연, 국악이 서양 음악보다 월등한 음악이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
가장 답답한 것은 너무 단순하고 가벼운 음악에 한국의 젊은이들이 넋을 팔고 있다는 사실이다. 록의 정신은 거세되고, 립싱크가 난무한다. 『쿠키같은 음악이지요』
전자든 어쿠스틱이든, 크로스오버 바이올린 주자는 이 시대 음악의 꽃이다. 나이젤 케네디, 바네사 메이, 마크 오코너 등 각각 독특한 색깔로 정상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제 「한국적 전자 바이올린 주자」의 차례다.
한국의 소리를 발견한 박유진은 지금 「진짜 라이브」의 꿈에 부풀어 있다. 앞으로 계속 한국에 남아, 새로운 음악적 대안들을 파고 들 작정이다. 국악과는 물론 록이나 팝 음악과도 계속 협연해 나갈 계획. 그러나 최대의 꿈은 무엇보다 클래식. 최근 MBC 라디오에 출연, 피아노 반주로 「나와 파가니니, 바흐 그리고 도어즈」를 방송한 것도 그같은 맥락이다.
『판소리를 테크노 팝처럼, 사물놀이를 하드 록 드럼처럼』 현재 그가 도달한 결론이다.<장병욱 기자>장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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