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문학의 위기 극복을 위해/김준성 이수그룹 회장(아침을 열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문학의 위기 극복을 위해/김준성 이수그룹 회장(아침을 열며)

입력
1997.03.10 00:00
0 0

한국문단의 위기가 담론으로 회자된지 이미 오래이다. 지금은 문학의 위기가 더 심화하여 문학 내부의 문제뿐 아니라 문학과 그것 아닌 것과의 갈등때문에 문학이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문학이 개인과 사회의 근원적이고 존재적이며 미학적인 문화현상이라고 한다면, 오늘날과 같은 상업주의적인 대중문화의 범람은 세기말적인 현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우리가 문학의 위기를 논할 때 문학 내부의 문제와 외부와의 문제를 동시에 고찰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21세기 문학」의 창간은 시대적인 요청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 문학」이 문단 내부의 이념적 차이나 계파적인 이익을 초월해서 문학인 전체의 역량을 총집결하여 문학과 인간의식을 파괴하는 비문학적인 외부현상과 맞선다는 것도 이와같은 이유에 근거한다.

이미 우리 문단에는 여러가지 문예지가 발간되고 있기 때문에 새 문예지의 발간이 시각에 따라 무의미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인의 수에 비해 아직도 지면이 그렇게 넉넉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개성있고 열려있는 발표공간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대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21세기 문학」의 창간은 기업이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시도하는 것만은 아니다. 한국문학이 21세기를 향해 세계문학으로 도약하는 기폭제가 되는데 기여하려는데 있다. 한국내 지성을 총동원해서 세계의 유수 문예지와 겨룰 수 있는 일류 문예지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21세기 문학」은 한국 문학의 새로운 장을 여는 시대의 횃불이 됐으면 한다.

지금 우리의 문화 환경은 저질 대중문화의 범람으로 혼란의 극에 달해 있다. 우리는 흔히 국민소득이 1만달러가 넘는 시대를 맞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하지만 진정한 선진국이란 물질적 풍요뿐만 아니라 이에 걸맞는 국민의 의식수준 향상이 뒤따라야겠는데, 실상은 경제발전과 문화발전의 불균형 속에서 사회 각 분야에서 일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런 사회환경 속에 문학이 국민정서에 미치는 기능을 재인식하고 문인들로 하여금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지면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또 한국문학이 한국의 경제발전에 걸맞는 세계문학으로 발전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은 것이다. 노벨문학상으로 가는 길도 하나의 목표가 될 수 있다.

그동안 몇몇 문인의 작품이 노벨문학상 예심에 올랐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노벨문학상은 작품과 그 작품을 쓴 작가에게 주어지는 성격의 상이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 작가들의 우수한 작품이 부지런히 번역돼서 외국에 소개되어야 한다. 그러니 번역문학의 수준 향상도 대단히 중요하다. 「21세기 문학」에 실린 좋은 작품을 골라 외국에 소개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겠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문학상이 있다.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점도 없지 않다. 몇몇 문학상은 상당히 권위를 인정받아 상으로 선정되기만 하면 몇십만부가 팔린다고 한다. 비교적 난해한 순수문학이 날개 돋친듯 팔려나가는 걸 보면 아직도 진정한 예술에 굶주린 독자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면 현문단의 침체란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오는 문학작품들이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한 탓이 아닐까. 그게 다 무슨 잡지는 무슨 계파니, 어느 잡지는 어느 유파니 하는 동안에 독자들은 문단에서 관심을 돌려버렸던 것이리라. 또 일부 문학상은 문단 내부에서조차 돌려 먹기상이니 하는 소리가 공공연히 나돌 정도니 독자들의 빈축을 살만도 하다.

그래서 「21세기 문학」을 우리 문학사에 남을만한 작품의 산실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21세기문학」 발행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