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도 기업실적이 속속 공표되고 있다. 당초 우려한대로 어려워지고 있는 경제여건을 반영한 부진한 실적들이 대부분이다.물론 그러한 가운데 견조한 실적을 거두면서 나름대로 성장을 유지해가고 있는 기업들도 적지않게 있다. 그런데 우리는 결산기에 좋은 실적을 거둔 기업을 보면 다음에도 그런 실적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그 기업을 관대하게 평가하는 태도를 취하기 쉽다.
그러나 기업의 이익 흐름은 아무런 추세도 없이 무작위로 랜덤하게 발생한다는 연구결과가 오래전에 나온 바 있다.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의 리틀 교수가 이미 1962년에 최근의 이익동향은 장래의 이익 예측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밝힌바 있다. 이 연구는 미국에서도 같은 결과로 나타났다. 1945년부터 1964년까지 미국 700개 기업의 이익변화는 일정한 추세를 보이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결산 실적만 나오면 미래의 이익이 이로부터 연결되어 있을 것이란 예상을 하게 된다. 이렇듯 증시는 항상 연구결과 따로, 실전투자 따로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장기투자를 해보면 학문적 연구결과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주로 실전투자 경험의 테두리를 맴돌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투자에 따른 성과분석이다.
과연 그렇게 해서 어떤 결과를 가져왔느냐를 분석해 보아야 한다. 적어도 이론이란 결과로 검증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실전 투자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방법들이 감각적으로, 상투적으로 반복되고 있음을 보게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실적발표후 좋은 실적이 발표된 기업에 투자하려고 하는 시장 분위기이다.
결산기에서 좋은 실적이 나온 기업은 그후부터 왠지 시장 분위기가 우호적으로 만들어 지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그런 와중에 그 기업에서 매력적인 미래정보가 나오면 다른 때보다 훨씬 좋은 반향을 얻을 수 있다. 또 이점을 겨냥하고 이 시기에 호재성 재료를 시장에 유포시키는 집단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최근들어 기업단위 주가변동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고, 기업별 투자정보도 갑자기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업에 관심을 갖더라도 최근의 실적과 미래의 실적은 무관하다는 시각에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엄길청 아태경제연구소장>엄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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