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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간특보(김성우 에세이)

입력
1997.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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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가의 기능이 잘 안돌아가는 것은 창업때 훈공이 있는 자와 천자의 친족이 고위에 있어 그 재능이 공무에 어울리지 않고 단지 권세를 휘두르기만 했기 때문입니다. 천공인대(하늘이 백성을 다스리는 일을 사람이 대행함)이므로 함부로 관직을 주어서는 안됩니다. 폐하의 일족이나 대공이 있는 원훈은 예우나 녹봉만으로 우대할 일입니다.』중국의 당나라 태종때 상서성의 관리이던 유계가 올린 상소문이다. 그는 이어서 말한다. 『이런 폐단을 없애려면 상서를 엄선해야 합니다. 만약 적임의 인물을 얻는다면 국가의 기능은 활성화할 것입니다.』

태종은 바로 그를 상서에 임명했다.

제왕학의 교본이라는 「정관정요」에 나오는 이야기다.

같은 「정관정요」에서는 어떤 지위에 있는 인물을 평가할때 그가 어떤 인재를 발탁하고 등용하는가를 맨먼저 보라고 조언하고 있다.

서양에서도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군주의 두뇌가 좋고 나쁨을 알려면 먼저 그 측근을 보면 된다. 측근들이 유능하고 성실하면 그 군주도 총명하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약용의 「목민심서」에는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사람을 쓰기에 달렸다』고 쓰였다.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치국에 인사가 만사인 것은 청산처럼 만고에 청청한 진리다.

김영삼정부의 인사의 남거는 이미 세평이 나 있다. 건국이래 가장 빈번한 총리이하 각 각료의 교체만으로도 그 시행착오를 스스로 자백했다.

김영삼 대통령의 인기가 폭락한 가장 큰 이유는 이런 인사와 함께 그의 독선적인 태도에 있다는 것이 공론이다. 독선은 스스로 귀를 막는데서 생긴다.

이럴때 생각나는 것이 옛날의 사간원이다.

중국 당송의 제도를 본받아 우리나라에서도 고려때부터 있어온 간관은 조선왕조 들면서 사간원이라는 독립된 관부가 되어 사헌부와 함께 언론양사로 일컬어져 왔다. 이 사간원의 주 직무가 왕의 언행이나 정치에 잘못이 있을 때 간하는 일과 부정·부당·부적한 인사에 이의를 제기하는 일이었다. 특히 왕이 관리를 임명할때 사간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서경의 직권까지 가지고 있었다.

대사간 등 간관들은 명망있고 흠없는 인물이라야 했고 바른 말에는 항상 위험부담이 뒤따랐으므로 신분이 보장되고 특별 예우를 받았다. 당상관도 이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으며 이들이 직무중에 술에 취해도 문책하지 않았다.

간혹 권력이나 당파에 이용되기도 했으나 이 제도는 왕권의 독주를 견제하는데 공헌이 컸다.

유향의 「설원」에는 『무릇 간하지 않으면 임금이 위험하고 간언을 하면 자신이 위험한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에는 임금을 위험하게 하느니보다 자신을 위험하게 하는 편이 낫다』고 했다. 이런 정신으로 때로는 죽음을 무릅쓰면서 한사코 간하는 신하들이 왕정시대에는 반드시 있었다. 이 용기가 국가의 체통을 면면이 유지해 온 힘이었다.

우리는 오늘 이 시대에 한사람의 위징이 그립다. 위징은 중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간신의 이름이다. 당 태종때 간의대부이던 그의 굽힐줄 모르는 도도한 간언들은 「정관정요」의 하이라이트가 되어 있다. 그가 죽자 왕은 자기를 비추어 볼 거울이 없어졌다고 눈물을 흘렸다. 정관의 치라 일컬어지는 당 태종의 선정은 위징같은 사람이 있어서 가능했던 것이다.

왜 새삼스럽게 왕정시대의 구제와 구인이 아쉬워지는가. 왕정시대와 같은 독단이 지금 있기때문이다. 대통령이 독선이요 인사가 실착이라는데 간언하는 제도도 직언하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 주변에 대한 의혹만 해도 간관 한 사람만 있었던들 이렇게 궁지에 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권력을 쥐면 누구나 전능감을 가지기 쉽다. 이것을 자계할 줄 아는 것이 권력자의 지혜다. 왕정시대에는 그 제어장치가 간관제도였다면 민주시대에는 어째야 하겠는가. 어떤 민주적 장치로도 실효가 없다면 하다못해 대통령 직속의 사간특보라도 제도적으로 두었으면 좋겠다.<본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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