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내핍경영 총알받이로『임원이 봉이냐』 대기업 임원들 사이에 『「임원이 기업의 꽃」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라는 자조적 신세 타령이 한창이다. 지난해 연말에는 기업들의 감량으로 「살생부」직격탄을 맞아야 했던 임원들이 이제는 내핍경영의 총알받이로 내몰리는 등 수난을 겪고 있다. 임원들의 임금동결조치는 이제 뉴스거리 축에도 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기업들은 상급자가 앞장서 불황의 고통을 짊어진다는 차원에서 임금삭감에 이어 중역들에게 제공돼오던 각종 특전들을 거두어들이고 있다. 자의반타의반으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 임원들이야말로 불황을 가장 절실하게 체감하고 있는 셈이다.
전 임원에 대한 임금동결방침을 일찌감치 지난해 10월 결정한 현대그룹은 지난해말부터 임원들의 해외출장시 사용하는 항공권좌석과 호텔을 한 등급씩 낮추었다.
임원들은 또 의무적으로 상여금의 10%를 장기저축에 불입해 회사내 절약분위기를 선도할 의무를 지게 됐다.
현대자동차 전무·부사장급 본부장들은 지난달 사무실과 비서를 회수당했다. 대신 본부장들이 함께 사용하는 집단중역실 1실이 배정됐고, 비서도 모두 2명으로 축소됐다. 예전에 중역들이 사용했던 사무실은 실무 부서로 돌려지고, 남는 비서 인원은 현업에 배치됐다.
진로그룹도 전무급이하 임원들에게 무상제공됐던 차량을 회사측에 반납하게 하고, 차량을 원하는 사람은 중고차시세로 회사로부터 불하받도록 했다. 임원에게 지급됐던 휴대폰은 모두 회수돼 사무실 공용으로 돌려졌고, 한 칸씩 배정받았던 사무실도 일반직원과 벽을 트고 공간을 대폭 줄였다. 그뿐 아니다. 임원의 경우에는 임금동결뿐 아니라 상여금이 700%에서 600%로 삭감됐다.
최근 임원급 임금동결을 결정한 삼성그룹도 비용절감의 「총대」를 임원의 손에 쥐어줬다. 의전 간소화 차원에서 임원들의 해외출장시 항공기좌석과 호텔 등급을 낮추고, 휴대폰 등 지급됐던 「특혜성」물품을 모두 회수했다.
「고통분담」차원에서 임원들이 임금을 반려하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한라그룹 임원들은 최근 급여의 10%를 반납할 것을 결의했다.
임원들은 또 접대비예산을 10% 반납하고, 행사 및 의전을 간소화할 것을 자진 결의했다. 현대자동차 임원들도 올해부터 임금의 10%를 회사측에 자진 반납하기로 결의했다.
대기업 임원들은 『기업사정을 더 잘 아는 만큼 절약에 앞장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은 하지만, 속마음은 편치 않다.
지난해말 한차례 인사태풍의 「쓴 맛」을 본 임원들은 『차라리 말단직원이 부럽다』고 토로하고 있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부진한 실적의 책임을 뒤집어쓴 동료들이 대거 경영전선에서 퇴진하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고, 가까스로 「목」을 보전한 지금은 얇아진 월급봉투와 소홀한 「대접」을 견디어야 한다는 것이다.<김경화 기자>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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