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러 대통령 희생자가족 지원 제안에/“금은 국민재산·나치협력 없었다” 반론스위스 국민들이 나치독일의 유대인학살 희생자들을 위한 기금 조성문제를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아놀트 콜러 스위스 대통령은 5일 약 47억달러에 달하는 「연대를 위한 스위스 파운데이션」이라는 기금을 마련, 여기서 발생하는 이자로 나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희생자들의 가족 등을 돕겠다고 선언했다. 콜러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이같이 제의하면서 이 기금은 보유한 금으로 충당하며 스위스가 근대국가로 성립된지 150주년이 되는 내년부터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위스는 그동안 제2차 세계대전중 나치독일과 비밀거래를 하는 등 재산도피를 방조해왔으며 홀로코스트 희생자 가족들이 개인은행 등에 예탁해 놓은 돈과 장부 등을 찾는데 협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국제적인 비난을 받아왔다. 때문에 콜러 대통령의 제안은 이같은 비난을 불식시키고 스위스의 국제적인 이미지를 고양하는 데 일조를 할 것이라는 포석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스위스 정부는 자국이 보유하고 있는 금을 기금으로 사용하면 국민들로부터 따로 돈을 갹출할 필요도 없어 별다른 반대에 부딪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도 했다.
현재 스위스국립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금은 모두 약 119억스위스프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는 70년대에 자국산 금값을 온스당 117달러로 고정해 놓았다. 세계시장의 금시세는 현재 온스당 350달러인만큼 보유중인 금을 현실 시세로 환산해 향후 10년간 기금화하면 다른 재원없이도 충분히 기금을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콜러 대통령의 이같은 제안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스위스의 우익 정치지도자들과 일부 국민들은 벌써부터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들은 스위스가 비록 2차대전중 애매모호한 역할을 하기는 했으나 결코 나치독일에 협력하지 않았다며 유대인들의 음모에 따른 국제적인 협박에 굴복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보유한 금은 공공의 재산이며 어느 누구를 위한 돈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콜러 대통령의 제안에 전폭적인 지지의사를 표시하는 국민들도 많다.
보유한 금에 대한 재평가를 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민투표를 실시할 가능성도 있어 기금문제가 쉽게 결론날 것같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이장훈 기자>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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