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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보완의 진정한 의미/안종범 서울시립대학교 교수(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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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보완의 진정한 의미/안종범 서울시립대학교 교수(특별기고)

입력
1997.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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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경제부총리의 취임과 함께 금융실명제 보완에 관한 논의가 한창이다. 보완의 의미를 제각기 다르게 해석하여 논의의 초점이 분명하지 않은 느낌마저 주고 있다. 진정한 보완의 의미는 실명제를 완화하자는 것이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 금융실명제 특히 금융소득종합과세는 그동안 실시 취지에 흠집이 갈 정도로 충분히 완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분리과세 저축상품이 확대되고 비과세상품이 신설되는 등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이미 상당히 완화되어 94년 기준으로 3만명으로 추정된 종합과세대상자수가 1만명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게 되었다.일부에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미 실시된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연기하자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하고있다.

금융실명제에 대한 애착이 남달리 강한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이 취임하면서 제기한 금융실명제의 보완론은 완화로 해석되거나 이용되어서는 안되겠다. 또한 지하자금을 양성화하기 위한 무기명채권의 발행은 금융실명제의 완화가 아닌 현실적인 강화방안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금융실명제가 실시된지 3년7개월이 지났지만 의도한대로 지하자금이 양성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제는 보다 현실적인 지하자금 양성화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거론되고 있는 무기명채권발행안은 다음과 같이 수정하여 금융실명제 실시목적을 최대한 살려야 하겠다.

첫째, 무기명채권을 기명채권으로 하고 자금출처조사를 면제하는 법적 보장을 한 뒤, 소득세 최고세율인 40%로 분리과세하는 이른바「고율과세 면죄부채권」을 한시적으로 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하자금은 금융소득종합과세로 세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걱정하기 보다는 자금 자체가 노출될 것을 우려하는 속성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자금출처를 법적으로 면제하는 대신 최고세율로 분리과세하자는 것이다. 이 방안은 채권발행을 통해 양성화되는 지하자금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양성화되는 지하자금의 규모가 커질수록 고율과세를 통한 세수증대가 커져 이를 사회복지지출증대와 근로자 세부담경감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둘째, 면죄부를 부여함으로써 실명제의 원래 취지인 형평성제고가 훼손된다는 문제는 기준금액의 인하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기준금액인 4,000만원은 실시 당시 부작용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높게 책정된바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2,000만원이하로 인하하여 공평과세라는 원래의 목적을 살려야 되겠다.

셋째, 고율과세 면죄부채권을 도입함과 동시에 금융실명제는 철저히 사후 관리되어야 한다. 특히, 실명제의 정착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차명거래를 방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의 마련이 시급하다. 아울러 차명거래를 적발하여 처벌하는 강력하고도 지속적인 행정력이 요구된다. 강력한 행정력은 혹시나 하며 조심스럽게 비실명거래를 시도하려는 자들의 의식을 근절하는 핵심적인 조치가 될 것이다.

이번의 논의를 끝으로 더이상 금융실명제 보완논의는 없어야 할 것이다. 더 이상의 논의는 조금더 기다려 보자는 심리를 부추겨서 양성화되려던 지하자금을 다시 숨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앞으로는 경기침체에 따른 저축증대 그리고 중소기업자금난 해소에 금융실명제가 이용되는 사례도 없어야 한다. 이는 개혁의 성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의 간절한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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