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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전쟁” 벌써 불꽃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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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전쟁” 벌써 불꽃튄다

입력
1997.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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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몰이 “후끈” 합종연횡 저울질 한창/“양다리”“삼다리” 천태만상의 줄서기/“당내파 잡아라” 영입파 거센 추격전여권 대선구도의 시계는 아직 흐리다. 대세를 장악한 대선주자도 없고 김영삼 대통령의 의중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이수성 전 총리가 고문으로 당에 입성, 대선구도의 복잡함을 더하고 있다. 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도 변수다. 이에 따라 각 주자들은 『대세를 장악하려면 세를 모아야 한다』고 판단, 의원·원외 지구당위원장을 끌어들이기 위한 세몰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우호적 의원들을 5∼6명씩 만나는 주자들이 있는가 하면, 1대 1로 만나 지지를 요청하는 주자들도 있다. 세몰이의 한 방편으로 추대위 구성, 경선출마 선언 등 본격적인 출전의 시기, 방법들을 저울질하는 모습이 어느 주자진영에서나 감지되고 있다.

한 대선주자의 비서진은 최근 대외비 문건을 작성했다. 바로 「지지의원·위원장 및 우호그룹」이라는 문건이다. 여기에는 이 주자가 자신을 지지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의원 50여명, 원외 지구당위원장 30여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대로라면, 해당 주자는 경선에서 이기게 돼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문건에 거명되는 의원·위원장들중 상당수가 또 다른 주자의 지지그룹 명단에도 수록돼 있다는 사실이다. 제3, 제4후보가 자파로 파악하는 지지그룹까지 비교하면, 의원이나 지구당위원장 정수는 현재보다 3∼4배로 늘려야 할 판이다.

이처럼 여러 진영에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의원들이 적지않은 이유는 누가 대선후보가 될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쪽으로 줄을 서다가 해당 주자가 탈락할 경우 다음 정권에서 「찬밥 신세」라는 이해득실의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주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걸고 영입교섭을 벌이는 긴박한 상황에서 의원들이 한쪽으로 줄서기가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이런 이유로 여러 진영에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의원들을 비유해, 「양다리」 「삼다리」 「지하철 계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일찌감치 마음을 정하고 특정 주자의 참모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주자들이 적극적인 포섭을 시도하고 있어, 점차 세력의 분화가 나타나는 분위기다. 현 세력분포에서는 오랫동안 기반을 다져온 당내파가 우세하다. 특히 현 정권의 주축인사인 최형우 고문 김덕룡 의원 등 민주계 주자들이 외형상 광범위한 우호그룹을 구축하고 있다. 최고문은 부산·경남 충청권을 주축으로, 김의원은 서울·수도권 호남을 기반으로 거미줄같은 우호세력을 만들어놓고 있다. 최고문은 이달말, 내달초부터 전국을 순회하면서 민주산악회, 경주 최씨 종친회 등 기존 지지세를 결속하고, 「온산(최고문 아호)을 생각하는 모임」 등 새 조직들을 발족할 계획이다. 김의원은 행정경험이 있는 현역의원을 비서실장으로 내정한데 이어 20명의 핵심의원들로 「DR 라인」을 구축해놓고 경선출마 선언의 「D데이」를 저울질하고 있다.

김윤환 이한동 고문도 만만치 않은 세를 형성하고 있다. 이고문은 서울·경기를 중심으로 중부권에 지지세력을 쌓아놓고 있다. 최근 대표설이 나오자, 김영구 현경대 의원 등 4∼5명의 중진들이 발벗고 나선데서도 이고문의 저력이 드러나고 있다. 김고문은 「21세기 정책연구원」을 중심으로 지지그룹을 갖고 있다. 김고문은 자신이 직접 경선출마를 하지않고 명분있는 후보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지지성향이 다소 느슨하다. 하지만 민감한 당내 분위기 때문에 오해를 받지않는 김고문 주변에 오히려 의원들이 운집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대중성에서 앞서는 이회창 박찬종 고문 등 영입파 주자들은 의원·위원장들을 맨투맨으로 접촉, 『본선에서 이기는게 중요하다』고 설득하고 나서 점차 지지세를 넓혀나가고 있다. 이고문은 「대쪽」으로 비유되는 곧은 이미지로 정치쇄신의 적임자로 자신을 부각시키면서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는게 주변인사들의 전언이다. 백남치 서상목 의원 등이 내놓고 이고문을 돕고 있으며 막후에서 「이회창 대세론」에 앞장서는 의원들도 적지않다는게 이고문측의 주장이다. 특히 이고문은 다른 주자들과 마찬가지로 추대위를 구성, 경쟁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고 여권 핵심부의 결단을 요구하는 모종의 승부수를 구상중이라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이고문의 비선조직에는 의외의 당내 중진급 의원이 포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홍구 대표도 비록 퇴임을 앞두고 있지만 대표 시절 전체 의원, 위원장들을 만나 나름대로 끈끈한 관계를 형성해놓고 있다. 이대표는 그동안 대표로서의 공적활동 외에 의원이나 지구당위원장들을 「포섭」하지않아 상대적으로 세형성 작업에서는 불이익을 받고 있지만 우군세력이 상당수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대표는 당내 최대계파인 민주계가 자신들의 후보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민주계 끌어안기에 노력중이다. 박고문은 경기고 동문, 부산·경남출신 의원들을 두루 만나 대선압승을 위한 대안의 이미지를 심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가장 높은 대중적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당내 세력규합에는 다소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의원이 의원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불이익이 있는 측면도 있다.<이영성·홍희곤·김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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