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은 아직도 여권 후계구도에 대한 미련을 갖고있는 것같다. 김대통령이 지난 달 25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당원들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언급한 것은 빗발치는 여론을 피해보기 위한 제스쳐였을까.이수성 전 총리의 신한국당행만 해도 그렇다. 총리직에 있던 사람이 총리직을 그만두는 바로 그날, 본인이 원했든 아니든 간에 짐을 싸들고 신한국당으로 들어간 것은 모양새가 썩 좋은 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치않아도 시중에서는 그의 정치적 위상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들이 무성해가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는 노동법파동과 한보사태 등에 대한 민심수습차원에서 일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행정부의 수장이었다. 그가 비록 일련의 시국사태에 직접적인 책임은 없었다해도 정치적·행정적 책임은 면할 수가 없다. 더욱이 국정쇄신을 위해 당정개편을 단행하면서 물러난 사람에게 정치적 발판을 마련해주려는 것은 심모원려라고 보기는 어려울듯 하다. 그 자신도 한보사태이후 국무회의석상에서 『이 정부에는 아무도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한바 있다.
김대통령이 그를 신한국당 상임고문에 전격임명한 배경은 크게 두가지로 상정해 볼 수 있다. 이홍구 대표카드가 사실상 무산됐다고 보고, 그를 마지막 「에이스 카드」로 삼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이다. 또는 그를 대선주자군에 편입시켜 여권의 후계구도를 상당기간동안 모호하게 함으로써 권력누수를 최대한 늦추려는 생각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국민들은 지난달 김대통령의 대국민담화발표때 그의 「정치 40년 역정」에서 처음으로 고개숙인 모습을 보았다. 대통령의 고개숙인 모습을 보고 좋아할 국민들은 없지만, 안타깝게도 국민들은 그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때 그 모습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을 터이다.
지금은 정치적 복선이나 방편 등이 효과를 보는 상황은 아니다. 따라서 김대통령도 후계구도에 연연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물흐르듯 바람불듯 민심흐름에 맡기고 올바르게 국정을 챙겨나갈때 오히려 김대통령은 예전의 당당한 모습을 되찾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순리를 좇는 정치라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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