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처지에서 최근의 기류를 반추해 보자. 검찰로서는 무슨 살이 끼었거나 액운이 닥쳐온 것같이 기분나쁜 일만 계속 벌어지고 있다. 검찰편은 하나도 없는 것처럼 모두가 검찰을 비난하고 불신하는 세상이 돼버렸다.검찰은 할만큼 했다고 생각했다. 그리 길지않은 한보사건 수사기간에 장관 국회의원 은행장 등을 9명이나 구속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축소수사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야당이나 시민운동단체는 『그럴 줄 알았다』면서 특별검사제를 도입, 재수사하라고 외친다. 그러더니 재이손산업 대표 이영수씨라는 사람이 일간지광고를 통해 검찰에게 마피아라고 삿대질을 하면서 검찰을 해고한다고 선언했다. 수사에 간여했던 한 검찰간부는 아내에게서마저 검찰의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5일에는 『법조인들의 비리는 어디에 고발해야 하느냐』는 사람들의 홍보활동이 서울에서 벌어졌다. 「법조피해로 인한 억울한 자들의 모임」이라는 단체는 「판·검사들의 비리」라는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비리를 저지른 판·검사들을 처벌하는 것이 법질서를 바로잡는 초석』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들은 이미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들이다. 확정판결까지 의심을 받는 세상이다.
이보다 앞서 2월에는 검찰이 불기소처분했던 국회의원 8명에 대해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혐의로 재판에 회부하는 일이 벌어져 검찰의 위신이 깎였다. 또 있다. 검찰총장의 「퇴임후 공직 취임」을 제한한 검찰청법에 대해 검찰은 오랫동안 고심하며 속을 끓이다가 헌법소원을 내기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구속영장 실질심사제를 둘러싸고 법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 불편한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누가 옳은가에 관계없이 국민들에게는 꼴불견으로 보인다. 법원은 미체포 피의자에 대해 발부한 구인영장만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피의자를 법원내나 경찰서 유치장에 유치할 수 있다는 예규를 마련했다. 검찰은 그러나 법원의 편의를 위해 제3의 장소에 유치하는 것은 불법구금이라고 맞서고 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제라는 말에 대해서도 검찰은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판사만 영장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처럼 들린다는 생각에서 검찰은 가치중립적인 구속전 피의자심문제도라는 말을 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5일엔 안강민 서울지검장이 직원조회에서, 6일에는 최상엽 법무부장관이 취임사를 통해 자성과 실추된 권위회복을 역설했다. 발언중에 정치권과 언론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기도 했지만 법조계의 위기의식은 어느 때보다 높은 것같다. 최장관은 『국민들이 무엇을 요구하며 무엇을 기대하는지 통찰하고 왜 오늘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됐는지를 냉정하게 성찰해 각오와 자세를 일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에 대한 불신, 특히 검찰에 대한 불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국민들은 검찰이 흥분하거나 냉정을 잃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사회정의와 법질서 유지·확립을 위해 제 몫을 제대로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검찰은 이제 진정으로 뼈를 깎는 노력과 자성을 통해 이 「액운」을 풀고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 자기개혁과 갱신의 구체적 방안을 서둘러 마련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