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사과담화 이후 국민들은 김영삼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과연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에 관심을 모아왔다. 이번 개각을 종래의 깜짝쇼식의 인사스타일과는 달리 대체로 여론의 검증을 거치는 방식으로 추진한데 이어 앞으로는 국무총리가 내각을 실질적으로 통할토록 당부한 것은 변화의 조짐으로 기대해 본다.대통령 중심제인 우리나라에서 국무총리의 위상은 매우 미묘하다.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고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하도록 되어있다. 그뿐인가. 총리는 국무회의의 부의장이고 국무위원의 임명제청과 해임건의를 할 수 있으며 특히 대통령이 궐위·유고 때는 권한대행을 맡는 등 정부의 제2인자다.
하지만 실제는 그게 아니다. 적극적인 활동을 하면 대통령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간주, 견제를 받고 특히 대통령이 장관을 직접 지휘할 때에는 힘없는 총리로 전락한다. 때문에 국민의 눈에는 지나친 몸조심 속에 간판총리, 의전총리, 대독총리로 비쳐졌던 것이다.
정부수립 이래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지못한 총리서리를 포함하여 고건 총리까지 모두 40명의 총리중 몇명을 제외하고는 힘없는 총리로 일관해 왔다. 더구나 문민정부를 자랑해 온 김영삼 정부 4년동안 총리의 위상이 더욱 실추된 것은 난센스다. 김대통령이 전권을 장악하고 행정부를 통할, 작은 사안들까지 직접 챙기는 이른바 독선·독주·독단 속에 공무원 사회에는 무책임병 무사안일병만 더욱 심화된 것이다.
이번 총리의 권한강화 발언은 뒤늦게나마 본래의 법규대로 환원시키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만의 하나 한보사태에 대한 정부불신과 비판적 분위기를 넘기기 위한 방편이 아니기를 바란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혼자하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과 배치된다. 대통령과 총리, 장·차관 등은 헌법과 관계법에 규정된 일을 나눠서 하면 된다. 그렇게 해서 각자 책임을 갖고 열심히 할 때 자연히 분위기는 바뀌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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