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의견 종교신념 포장에 정면도전미국의 대원로 논객 월터 크론카이트(81)가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칼을 뽑아 들었다. 상대는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하며 최대의 압력단체로 성장한 기독교연맹이라는 「공룡」이다. 여든을 넘긴 이 노령의 전직 언론인이 막강한 정·재계 인사들 조차 감히 손을 못대던 이 단체의 「권위와 허상을 깨는 작업」에 정면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크론카이트는 지난주 전국 40만 가구에 보낸 서한에서 『기독교연맹을 이끄는 패트 로버트슨과 랄프 리드가 자신들의 극우적 견해를 종교적 신념으로 포장하고 있다』고 통박했다. 즉 이들의 어긋난 윤리로 미국내 보편적 가치관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신도 기독교도인 크론카이트는 이 서한에서 기독교 가치관은 『미국사회 만큼이나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며 기독교연맹을 「정치·종교적 극단주의자」라고 경고했다. 기독교연맹에 대항해 결성된 「인터패이스 얼라이언스」에 대한 모금을 겸했던 이 서한은 지난 한 주에만 10만달러의 성금이 답지케 하는 등 큰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
62년부터 81년까지 20년동안 CBS방송 앵커로 성가를 높인 크론카이트는 「미국 TV 저널리즘의 제왕」으로 불리며 지금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미국인」으로 꼽히고 있다. 미주리주 출신으로 21세 때 UP통신(UPI통신 전신)에 입사, 언론계에 발을 들여 놓은 그는 2차대전 종군기자, 모스크바지국장 등을 거쳐 CBS 보도위원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났다.
그는 올해초 자서전 「어느 기자의 인생(A Reporter’s Life)」을 발간, 언론인생을 정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원한 언론인이고자 하는 그는 『최초의 달 특파원을 못한 것이 내내 아쉽다』고 농담한다.
크론카이트는 기독교연맹에 정면 도전장을 낸 이유에 대해 『미국사회내 침묵하는 대다수 기독교도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공평·정대」를 기자의 첫번째 덕목으로 삼았던 그에게는 미국 사회의 윤리와 가치관을 호도하는 또하나의 「악」을 좌시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윤석민 기자>윤석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