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판치는 우리사회 비꼬는 웃음/그러나 풍자가 없다풍자는 「웃음과 날카로움」이 무기. 코미디 「똑바로 살아라」(감독 이상우)는 착상은 좋다. 부정과 부패, 사기가 득실대는 우리 사회를 비꼬면서 웃음을 준다. 그 웃음은 날카로운 세상엿보기와 계산된 상황의 반전 보다는 능숙한 웃음꾼들에게서 나온다. 남의 약점을 파고 드는 사기꾼 장사기(오지명)와 그의 심복으로 나이트클럽을 대리 운영하는 마고봉(박중훈), 컴퓨터 해커 달세(김갑수)와 정보수집가 도준(명계남). 이들은 공직자의 차명 재산을 가로채고, 기발하고 엉뚱한 방법으로 입주자를 내쫓고, 상속자 없는 노인의 재산을 챙기며 웃음을 만든다.
그런 다음 반전이 온다. 달세와 도준이 검찰의 덫에 걸려 어쩔 수 없이 장사기를 검거하는데 앞장선다. 그 일을 책임진 사람은 경찰학교 수석졸업자이지만 실제는 서툴기 짝이 없는 미모의 여자경찰(이정희)이고 어리숙한 형사(권용운)가 양념처럼 끼어들어 좌충우돌하다 사건을 해결한다. 장사기에게 배신감을 느껴 홧김에 마음을 고쳐먹은 마고봉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신인 이정희와 김갑수를 제외하면 모두 순발력과 개성을 가진 코믹배우들이다. 박중훈은 능청스럽고, 오지명은 덤벙대고, 명계남은 약삭 빠르고, 권용운은 더듬거린다. CF와 다른 영화(투캅스, 원초적 본능)의 패러디(모방), 컴퓨터 해커를 잡으려 하면서 자신은 컴맹인 경찰, 시도 때도 없이 섹스를 즐기려는 장사기의 아내와 질펀한 농담들이 하나같이 웃음을 겨냥한다.
그러는 사이 풍자는 실종된다. 주제의식도 웃기기에 실려 날아가 버린다. 공직자 비리나 검은 돈, 정경유착, 탈세 등을 한바탕 해프닝으로 언급하고는 영화는 배우들의 재능에 모든 것을 맡긴다. 달세는 컴퓨터를 켜놓지도 않은채 자판을 두드리고, 여경찰의 수사과정은 누가 봐도 엉성하기 짝이 없다. 착상은 좋았지만 결국 구성과 상황설정이 치밀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는 영화. 「똑바로 살아라」가 그렇다.<이대현 기자>이대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