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후보들의 승리로 끝난 수도권 두 지역의 국회의원보궐선거 결과는 야당의 승리라기보다는 여당의 참패이다. 노동법, 한보로 이어지는 실정에 대한 준엄한 경고다.두 지역 모두 야당출신 의원들의 유고로 인해 치러진 보궐선거라는 점에서, 또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공조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야당의 승리는 일찌감치 예견돼 왔었다. 다만 여당이 어느 정도 선전할까가 관심사였다. 이번 선거결과를 두 야당의 입장에서 보면 연고권을 지킨 셈이고, 여당의 입장에서는 더 잃고 얻은 것이 없는 「본전치기」라고 자위할 수 있을지 모른다.
따라서 이번 보선결과를 놓고 오는 12월의 대선기상도를 미리 점친다는 것은 너무 성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야간에는 아직도 대세를 뒤바꿔 놓을 수 있는 수많은 각종 변수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이번 「보선민심」의 뜻은 유권자들이 기성정치권에 짙은 불신감을 표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보궐선거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이 이를 입증한다. 노동법개정파동과 한보사태를 거치면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우려할 정도로 증폭됐다는 뜻이다.
특히 이번 보선결과는 지금까지 화이트 칼라의 전유물로 인식돼 왔던 정치불신이 이젠 가정주부나 자영업자 등에게까지 폭넓게 대중화하고 있음을 여론조사기관들이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투표율이 낮을 경우, 여당이 유리하다던 기존의 고정관념도 무산됐다.
이제 여야는 진솔한 자세로 유권자들의 뜻을 헤아려 봐야 할 것이다. 여당의 경우, 이반된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오만과 독선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재와 같은 지도력의 위기상황에서 탈출하는 길은 대선주자의 조기가시화도 한 방법일 수 있다.
한편 야당도 「공조 가능성에 대한 청신호」운운의 성급한 결론을 내릴 것이 아니라 김영삼정부에 지지를 철회한 사람들이 자신들을 대안으로 찾을 수 있도록 부단한 자기성찰이 있어야 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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