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사 면제·예금자 비밀보호 등 예상은행 신규참여 허용 등 금융개혁도 가속화금융실명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강경식 신임부총리는 5일 취임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행 금융실명제의 방법론에 문제를 제기, 경제개혁의 취지를 살리는 범위안에서 대폭 보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문민정부 최대의 개혁으로 평가되는 금융실명제에 대한 대폭적인 손질을 시사한 것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경제부처관계자들은 금융실명제의 문제점과 보완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으면서도 혹시 개혁의지가 박약한 것으로 오해받을까봐 입을 다물고 있었다.
강부총리는 그러나 이날 입각이 발표되자마자 평소의 소신대로 『금융실명제의 추진이 개혁·사정과정에서 비리척결에 초점이 맞춰져 다소의 문제점이 있다』며 『세제의 공평성 등을 감안해 실무협의를 거쳐 보완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관심사항은 금융실명제 보완이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질 것이냐이다. 재정경제원 관계자들은 강부총리의 평소 발언을 토대로 ▲실명전환자금에 대한 출처불문 ▲장기 국공채를 통한 지하자금 양성화 ▲예금자비밀보호 등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부총리는 92년 출간한 「새 정부가 해야 할 국정개혁 24」에서도 이 점을 지적했다. 그는 『무기명 또는 가명으로 된 것을 실명으로 바꿀 경우 자금출처에 대해 세무당국에서 따지려 들면 경제에 엄청난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실명전환예금에 대한 국세청의 출처조사를 강력히 반대해 왔다. 그는 또 『금융실명제에 바탕을 둔 세제개혁 없이는 어떤 대책도 실효를 거둘 수 없다』고 전제, 『실명제는 이자 등 금융자산소득을 근로소득세에 합산해 종합과세하는 제도일뿐 금융자산 보유상황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강부총리는 82년 금융실명법을 제정할 때도 이를 감안, 자금출처를 불문에 부치기로 했고 1인당 3,000만원까지 실명화를 무조건 인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경우 자금출처를 밝힐 수 없는 금액에 대해 5%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한 바있다.
강신임부총리가 금융실명제를 보완하게 되면 지하금고에 잠자고 있는 거액의 자금을 산업자금화하기 위해 자금출처조사의 완화 또는 면제 등의 조치가 예상되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강부총리는 문민정부 출범후 국회 대정부질문과 당정회의 등에서 『93년 8월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실시된 금융실명제가 아직까지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금융실명제 실시 당시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과거를 묻지 말아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해 현재 자금난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김영삼 대통령이 평소 이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강부총리를 경제팀장으로 임명한 것도 금융실명제를 보완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금융실명제의 보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실명확인이 되지 않은 예금은 현재 약 4조원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더구나 금융실명제 실시이후 지하경제가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등 금융시장이 크게 왜곡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하경제규모는 95년 현재 경상국민소득의 8.9%(약 32조원)가량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강 신임부총리는 이와 함께 『점진적인 금융자율화는 사실상 아무것도 안하겠다는 얘기』라며 은행의 신규참여허용을, 김경제수석은 수요자중심의 금융개혁을 각각 강조해와 금융권간 칸막이제거를 비롯, 재벌의 신규참여 문제 등이 본격 거론되며 금융개혁의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이밖에 강 신임부총리는 ▲분양가자율화 ▲한국은행의 독립 ▲외환자유화 ▲토지관련 과표 현실화 ▲사업성 공기업의 민영화 등을 강조해왔으나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얼마나 실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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