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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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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열증

입력
1997.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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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미쳤다」거나 「정신이 나갔다」고 표현하는 정신질환이 바로 「정신분열증」이다. 정부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정신질환자는 전국민의 2.16%인 99만3,000명. 이중 집중 관리가 필요한 정신분열증 환자는 약 10만명으로 추정된다. 적지않은 숫자이다. 의료계와 환자가족들은 정신분열증이 결코 회복 불가능한 「미친」병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우리 사회가 그들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면 정신분열증은 그저 수많은 질병중의 하나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신분열증의 치료법, 가족 및 사회의 역할 등을 특집으로 다뤘다. 일반인들의 인식전환을 기대해 본다.<편집자 주> ◎사회복귀 ‘재활치료’ 중요/증상억제 약물치료만으론 비효율적/직업기회 등 사회 재적응 도와줘야

최근 정신분열증 치료분야에 「2세대 정신사회 재활」이라는 개념이 소개됐다. 과거 치료의 목적은 무조건 망상 환청 감정장애 등 급성기 증상을 빨리 억제하고, 약물치료로 억제상황을 계속 유지해 재발을 막는 데 있었다. 재활치료라고 해봤자 약물치료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환자들을 병원에서 제공하는 임시변통의 사회성 회복프로그램에 참여시키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2세대 정신사회 재활은 치료의 장을 병원에 국한하지 않는다. 환자 가족과 주변지역은 물론 사회전체를 치료환경에 포함하는 것이다.

1세기가 넘게 이 병을 다뤄온 결과 오로지 증상만을 억제하는 치료전략은 잘못이며 비효율적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좀 더 긴 안목에서 발병후 10년, 20년을 내다보며 처음부터 병의 진전과정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한 목표가 된 것이다.

이같은 치료전략의 변화는 정신분열증이 생기면 일단 급성기를 거친후 남은 증상은 시간이 가도 변화가 올 수 없고, 점점 악화한다고 믿은 게 잘못이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발병후 10∼20년이 지나면서 사회적인 적응에 의해 좀 더 평안하고 정돈된 병의 양상으로 진화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2세대 정신사회 재활치료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회와 직업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다. 즉 약물치료와 병행해 사회적응을 위한 적극적인 기법을 훈련하고, 단계적으로 일을 시작해 다시 일과의 관계를 맺음으로써 숨어있던 「일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물론 재활치료를 한다고 해서 모든 환자가 취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취업능력을 평가해보면 능력이 모자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일단 일할 기회를 줘 그들이 사회의 생산성 있는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

정신사회 재활치료는 환자가족의 참여와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가족들에게 이 병의 특징과 치료전략, 특히 재활치료의 내용을 이해시켜야 한다. 치료는 병의 과정중 한 부분을 다루는 게 아니라 지속성 있는 치료전략으로, 어느 시점에서 환자가 실종되거나 탈락되지 않고 계속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하다. 재활치료중 혹시 증상이 재발하거나 어려움에 처하면 즉시 이에 대응하는 조치가 취해지도록 신속성 신축성 지속성이 보장돼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95년 12월30일 정신보건법이 통과되고 그 시행령이 선포돼 국가가 정책적으로 지역사회 중심의 정신사회 재활사업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됐다.<이호영 아주대 의대학장·객원편집위원>

◎가족의 역할/숨기지말고 당당하게 보조치료자가 되라

정신분열증 환자의 가족은 대부분 환자가 병에 걸린데 대해 많은 죄책감과 수치심을 갖고 있다. 이는 자신들로 인해 환자가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가족은 환자가 성장과정중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나 부모의 무관심으로 병에 걸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신분열증은 당뇨병 고혈압 등과 같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의학적인 병이다. 이 때문에 정신분열증의 치료와 사회복귀에 있어 가족의 역할과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즉 가족은 치료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환자의 치료와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보조치료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가족의 역할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환자의 재발과 재입원을 막고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보조치료자로서의 역할이다.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우선 정신분열증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어려운 상황을 효율적으로 극복하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 가족이 교육을 통해 환자의 재발 징후를 조기 파악하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기술을 배운다면 불필요한 입원을 막고 나아가 사회복귀를 촉진할 수 있다.

둘째, 환자의 실질적인 사회복귀에 필요한 여러 욕구들을 대변하고 옹호하는 역할이다. 이는 환자가족모임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가능하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끼리 모이면 서로에게 큰 힘과 위안이 될 뿐아니라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고 정부차원의 지원을 이끌어 내는 데도 효과적이다.

셋째, 가족은 구성원 각자의 사회생활과 정서적 안정을 유지하는데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 정신분열증은 100m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과 같은 장기간의 인내와 고통을 요구하는 병이다. 따라서 환자를 돌보는 일과 가족 구성원 각자의 생활사이에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야 한다. 환자 때문에 자신의 삶을 희생하거나 모든 것을 환자 위주로 생각할 경우 가족내 균형이 깨어질 수 있으므로 가족 구성원 모두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 환자를 돌보는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각자 자신의 사생활과 사회활동을 지속하면서 필요할 경우 정기적으로 휴식을 취해야 하며, 가족 전체의 안정을 해치지 않도록 규칙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가족은 수치심과 죄책감을 떨쳐버리고 당당히 나서야 한다. 정신분열증 환자의 가족은 결코 비난과 부끄러움의 대상이 아니다. 긍정적인 마음과 적극적인 태도로 전문가들과 협력해 현실의 어려움을 헤쳐나가자.<변원탄 양산신경정신병원장>

◎사회적차원 도움 주려면/“못고치는 병 위험한 사람” 편견부터 버리자

정신질환자는 우리 사회에서 항상 소외되고 무관심 속에 방치돼 왔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능력이 부족해 독립된 인격체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일반인들이 정신분열증 환자에 대해 떠올리는 생각은 「무섭고 위험하다. 잘 낫지 않는다. 멀리 떨어진 조용한 곳에서 오래 요양을 해야한다」 등이다.

그러나 정신질환자도 지속적인 치료 및 관리를 하면 범죄율이 일반인보다 낮고 덜 위험하다는 사실이 이미 국내외 연구조사에서 입증됐다. 따라서 이제는 막연히 환자를 두려워하며 장기 수용할 게 아니라, 과학적인 치료를 통해 사회로 복귀시키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물론 정신분열증이 쉽게 완치되는 병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증상이 호전되면 환자들도 이웃으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다. 환자와 가족들은 병 자체와 그에 따른 부담으로 고통을 겪는데다, 회복단계에 이른다 해도 잘못된 편견과 낙인 탓에 사회복귀가 쉽지 않다. 설령 사회로 돌아간다 해도 여러가지 불이익을 받는 게 현실이다. 결국 다시 재발해 재입원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 정신의학의 추세는 정신질환자들을 사회로부터 격리·수용하는 게 아니라, 재활치료를 통해 사회와 가족의 품으로 원활히 복귀시키는 것이다. 치료 방향도 증상의 완화와 함께 사회적 능력의 향상을 중요시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려면 지역사회내에 정신병원을 대신할 수 있는 주거시설과 직업훈련을 위한 보호작업장을 설치하고 직장을 알선하는 등의 직업재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또 인간관계를 긍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지망을 형성해 주고, 여가활동에 관련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일부 정신병원과 사회기관들이 재활치료를 시작해 가시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일부 환자들은 사회로 복귀하거나 직장을 갖기 시작했다. 정부는 95년말 정신질환자의 인권보장을 위한 각종 조항과 지역사회 정신보건의 이념이 담긴 정신보건법을 제정했다.

이처럼 정신질환자를 돕기위한 사회적 차원의 노력이 구체화하고 있지만 그동안 환자와 가족들이 겪어온 부담과 고통, 그리고 간절한 희망에 비하면 미흡한 게 사실이다. 앞으로 정신보건 전문가들이 다수 배출되고, 정신질환자에게 장애인 혜택을 부여하는 등 법적인 보완이 따르며, 국민들의 잘못된 인식과 태도를 수정하기 위한 대국민 계몽활동이 지속된다면 정신질환자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와 더불어 살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이충순 용인정신병원 기획조정실장>

◎치료 어떻게 하나/환청 등 급성땐 약물투여로 호전/낮병원·가족교육 등 지속 관리를

흔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정신분열증은 치료가 가능한 병이다. 치료를 완치의 개념과 지속적인 관리의 범주로 나눈다면, 정신분열증은 분명히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사회복귀가 가능한 병이다. 미국 국립정신보건연구원의 통계를 보면 정신분열증의 치료성공률은 70%로 심장질환의 50%보다 더 높다. 다만 정신과 치료를 계속하지 않을 경우 재발률이 80%를 넘는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많은 일반인들, 심지어 환자 본인과 가족들도 치료의 방향을 모른 채 정신분열증을 불치의 병으로 인식해 왔다.

정신분열증에 대한 급성치료는 약물치료가 우선이다. 이치에 어긋나는 말을 반복하거나 중얼거림, 환청과 환시 등의 증상을 가진 초기 정신분열증 환자들의 80%가량은 약물치료만으로도 상당히 호전된다. 과거와는 달리 부작용이 매우 적으면서도 임상효과를 대폭 개선한 약물이 개발돼 있고, 앞으로도 새로운 약물이 개발될 것이므로 환자와 가족들은 반드시 정신과 전문의와 상의해 치료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많은 환자들이 약물치료만으로는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정신분열증 자체의 질병과정에는 우울감, 무기력, 집중력 저하, 대인관계 결여 등의 음성증상이 있고, 이는 약물치료만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따라서 사회적 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치료(재활치료)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재활치료로는 낮병원, 가족교육, 사회성 훈련, 직업재활, 증상교육 등이 있으며, 이를 약물치료와 병행하면 최고 80%까지 높은 치료성공률을 유지할 수 있다. 반복하건대 정신분열증은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병이다. 치료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정신과 전문의와 상의하면 많은 환자들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이영문 아주대 의대 교수·아주대병원 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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