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민은 규명되지 않은 한보비리의 여파로 허탈감에 빠져 있다. 더구나 극심한 경제불황으로 나라 전체가 무거운 먹구름에 싸여 있다. 국정운영과 관련, 정부에 대한 불신감은 조금도 가시지 않고 있다.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고 오늘 출범하는 고건 내각의 최대의 임무는 바로 이같은 난국을 극복하는 것이다.국민들로서는 김영삼정부의 원칙 없는 잦은 고위직인사에 흥미를 잃은지 오래다. 하지만 이번 고건 국무총리 임명에 어느 정도 기대를 거는 것은 그가 도지사, 청와대수석비서관, 3차례의 장관과 국회의원, 서울시장, 대학총장 등 이른바 관·정·교육계 등을 두루 거침으로써 행정경험이 풍부한데다 친화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김영삼정부의 총리와 장관 등에 대한 인사정책은 실패의 연속이다. 지난날 재3공화국 18년간 5명의 총리를 경험했던 국민은 5·6공기간에 잦은 총리교체에 대해 어리둥절했었다. 5공은 7년반동안 7명, 6공은 5년동안 5명의 총리를 기용했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5·6공의 잦은 교체를 비난했던 김영삼정부가 집권 4년1개월동안 무려 6명의 총리를 기용하게 된 것은 그 교체의 이유가 어디에 있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국가적으로 큰 사건 사고가 있거나 국정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바꾸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잦은 교체로 책임감의 실종, 정책의 일관성상실, 공직사회에 무사안일 풍조조장, 총리와 장관의 권위실추, 그리고 위기관리능력의 부실 등을 초래한 것은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고총리와 새내각은 김영삼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 마지막 내각이다. 아니 반드시 마지막이어야 한다. 따라서 새 내각은 남은 1년여 임기동안 새로운 개혁이나 사업을 펼치기 보다는 그동안 추진해 온 개혁과제들을 보완하고 마무리하는 한편 김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다짐한 부정부패척결의 지속, 경제회생, 안보태세강화와 빈틈없는 대북정책수행, 그리고 대통령선거의 공정관리 등 4대 과제를 수행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의 성공적인 수행은 민심수습과 국민의 협조가 요체다. 지금까지와 같이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 일방적인 독선독주, 성과주의와 전시행정방식 대신 민의를 존중하고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행정, 공개행정, 공정하고 엄정한 행정을 선보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아직도 의구심 투성이인 한보비리를 철저히 규명, 국민에게 모든 진실을 담은 「한보백서」를 발표해야 한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명령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괄하게 되어 있다(헌법 86조). 오랫동안 어정쩡한 상황에서 눈치보는 총리, 대독총리, 간판총리가 속출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민심수습과 국가재건을 위해 소신을 갖고 일하는 총리를 원한다. 간판총리, 대독총리는 필요없다. 아울러 김대통령은 지금까지 장악해 온 많은 권한들을 내각에 돌려줘야 한다. 국민들은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국무총리와 내각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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