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 서울시장이 갑자기 바빠졌다. 정국이 혼란해지면서 정치에 대한 말수가 많아졌고 화법도 직설법으로 바뀌었다.95년 7월 취임후 행정가로서의 「울타리」를 굳건히 지키면서 시국에 관한 언급은 「선문답」수준을 넘지 않았던 그가 예전과 달라졌다.
최근 보름여동안 조시장은 민감한 정치·사회 현안에 대해 과감하게 자기주장을 펴왔다. 그는 4일 하오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서강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특강에서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도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과 변화의 필요성을 확고하게 밝혔다.
조시장은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 도산아카데미연구원 주최 조찬세미나에서 현정부의 개혁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세도정치」 「정치꾼의 게임」 「지역주의란 괴물이 유지하는 정당」 등 용어를 빌려 정치판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어 25일 시의회시정답변을 통해서는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전에 자질과 비전을 갖춰야 한다』며 도덕성과 경제적 식견 등을 대통령 자격요건으로 제시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도덕성과 경제적 식견은 조시장의 이미지와 부합한다.
조시장의 이같은 정치적 발언을 두고 해석이 구구하다. 한편에선 「국가원로로서의 충언」이라고 의미를 축소하는 반면 다른편에선 야권 제3후보의 한명으로 「본격적인 대선가도 다지기」의 일환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운다.
조시장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 다소 못마땅해 하는 시민도 적지 않다. 이들은 시장은 시정을 잘 이끌어 시민을 편하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이들은 『나의 관심은 올바른 시정뿐』이라고 누누이 강조해 온 조시장의 말을 믿고 싶어한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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