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교육청이 올해부터 초등학교에서 능력별 수업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언론에 보도된 그 날 해당 교육청은 『취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유는 『여기저기서 난리를 친다』는 것이었다. 「취소지시」는 즉각 각 학교로 내려갔다. 일부 학교에서는 일찌감치 시달된 방침에 따라 능력별 수업을 위한 테스트를 치르고 있었다. 교육청은 일단 테스트를 실시한 곳은 효율적 교육을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유보하라는 것이다.교육부는 2일 새 학기부터 초등학교 3학년의 학원영어과외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역시 언론에 보도된 그 날 『상반기중 종합대책을 다시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역시 『여기저기서 난리를 친다』는 이유였다. 발표되던 날 교육부에는 학부모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또 전국의 학원대표들이 긴급회동,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결의를 했다. 그동안의 여론수렴과정에서도 똑떨어지는 결론을 내지 못했던 교육부는 하루만에 「추후 보완」으로 한발짝 물러섰다.
능력별 수업제는 조기교육과 조기입학 등이 이미 정착된 상황에서 초등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구상된 것이다. 그러나 우열반으로 정착될 수 있다는 우려와 초등교육과정은 문자 그대로 초등이어야 한다는 당위론에 부딪힌 것이다. 영어학원 과외금지는 학부모의 사교육비를 줄여주고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구상된 것이다. 그러나 영어 조기교육이라는 필요성과 학원과외 금지는 값비싼 개인과외를 부추긴다는 현실론에 부딪혔던 것이다.
어느 쪽이나 찬반은 거의 50대 50으로 팽팽한 것으로 보인다. 실시를 결정하면서 찬성하는 여론과 비슷한 부피의 반대는 예상했을 것이다. 이를 다시 유보키로 했을 경우 당초 찬성쪽에 섰던 여론의 반발도 예상했을 것이다. 시행한다고 「난리를 쳐서」 유보한다면, 유보한다고 「난리를 치면」 다시 시행할 것인가. 국가정책, 특히 교육정책은 여론의 부피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론을 내리고, 결론을 내렸으면 일관성있게 집행하는 것이 옳다. 발표 하루만에 시행을 취소하고, 개학을 코앞에 두고 『한다, 안한다』를 반복하는 정부의 행태에 「난리를 치게 될」 국민은 50%정도가 아니라 100% 전부이다. 교육정책은 여론정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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