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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라는 예술/최영집 건축연구소 탑 대표(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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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라는 예술/최영집 건축연구소 탑 대표(1000자 춘추)

입력
1997.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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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건축여행차 핀란드를 갔더니 그 나라 지폐에 건축가 알바·알토의 얼굴과 작품이 새겨져 있었다. 건축가를 존경하는 풍토가 놀랍고 부러워서 돌아오는 즉시 우리 신문의 문화면에 건축기사가 없음을 개탄하는 내용의 「우리의 건축은 문화의 이방인인가」라는 칼럼을 건축잡지에 실은 적이 있다.그 때 그런 일들이 이제와서 효력을 나타내는지 한국일보를 필두로 하여 각 일간지들도 건축에 관심을 나타내고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해 주기도 했다. 그런가 했더니 급기야 건축의 인기가 하늘같이 높아져 올해 대학입시에서는 의예과를 누르고 건축과 커트라인이 학교마다 제일 높았다고 한다.

이변이라면 이변이겠는데 앞으로의 문화입국 시대에 건축의 중요성을 깨달은 때문인지 단지 건축가를 멋있고 보람있는 전문직 자유업으로 생각하는 신세대의 단편적인 양태인지는 모르겠으나 건축가의 한 사람으로서 아무튼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건축은 종합적 문화예술의 총체이며 시대의 거울로서 역사의 유산이 된다. 영화가 감독의 예술이듯이 건축은 건축가의 작품이다. 건축가라는 용어가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일반화해 있지않아 어색할 수 있지만 건축가는 건축작가의 줄인 말로 이해하면 된다.

음악에는 반드시 작곡한 사람이 있듯이 건축에도 반드시 작곡가가 있고 악보가 있고 지휘자가 있다. 악보가 바로 설계도서이고 작곡가와 지휘자를 겸한 것이 건축가인 것이다. 그러므로 건축은 철저히 건축가의 분신이다. 그들이 여타의 순수예술가와 다른 점은 자기 손에서 일이 끝날 수 없고 영화처럼 많은 협동자를 필요로 하고 시공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과로를 피할 수가 없고 계획부터 완성까지의 엄청난 업무량에 일부 분업화시켜 일을 나눈다해도 끝없이 지치게 마련이다.

건축이 대형화 복잡화하면서 건축가도 종래의 예술가적 장인에서 사업가적 경영자로 변모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그래도 진정한 건축을 만들어내는 것은 건축을 작곡하는 희열에 날 새는 줄 모르고 불나비처럼 혼신의 힘을 다하는 유명 무명의 건축가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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