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혈세로 이런 선거 해야하나”/정치냉소 심화 투표불참 부채질【인천·수원=최윤필·이동훈 기자】 3일 하오 인천 서구 석남체육공원에서 열린 모후보 정당연설회. 어깨띠를 두른 운동원들의 연호 속에 등단한 후보와 찬조연설자들은 연설 대부분을 상대후보 소속정당과 개인 비방에 할애했다. 선거전 막판이어서인지 공약은 뒷전이었다. 한 편에서는 일반 유권자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모후보 중병설」 「모후보 매수설」 등을 퍼뜨리고 있었고 『모후보의 운동원중 상당수가 조직폭력배』라는 말까지 늘어 놓았다. 연설을 듣던 장정길(52·인천 서구 석남동)씨는 『당세가 당락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이번 선거는 도가 지나쳐 마치 대통령선거를 미리 보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인천 서구, 수원 장안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전의 혼탁양상이 투표일(5일)을 코앞에 두고 극에 달하고 있다. 두 지역 보궐선거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우리 선거문화의 현주소를 점검할 수 있는 시험대. 그러나 상대 후보 흠집내기, 흑색선전, 몸싸움, 맞고소사태 등 반복되는 구태는 유권자의 「정치냉소주의」만 심화시키고 있다.
인구 25만명의 조용하기만 하던 수원 장안구는 흑색선전물과 욕설로 뒤덮였다. 2일 합동연설회에서는 「공산당보다 더 악랄한 공작정치」 「비리전과자」 「대권놀음의 꼭두각시」 등 듣기 거북한 비방과 억측이 단상에 가득했다. 1일에는 「이 사람의 정체를 밝힌다」는 제목으로 수의차림의 모후보 사진이 실린 흑색선전물이 배포됐다. 「상대후보의 짓」 「자작극」이라는 비방이 오갔고 고발사태까지 빚어졌다. 모후보는 상대후보의 선거홍보물에 대한 배포금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내기도 했다.
중앙당의 대리전을 자처하며 벌어지는 이전투구 양상에 대한 유권자 반응은 냉담하다. 장안구선관위가 유권자 5백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결과 1차때는 34%가, 2차에서는 27%가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
혼탁도가 심해질수록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유권자가 줄어드는 것이다. 인천 서구 선관위도 투표율이 40%를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안구선관위 양금석(39) 계도반장은 『보궐선거인데다 정책대결이 아닌 욕설·비방전이 펼쳐져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진(55·상업·수원 장안구 정자동)씨는 『경제가 엉망이라면서도 나라걱정은 하지 않고 서로 욕하기에 정신이 없다』며 후보들을 비난했고, 정혜자(48·여·장안구 화서동)씨는 『욕설만 해대는 이런 선거를 세금 써가며 치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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