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비해 진취적 개혁에 적합” 분석『차남에게 바통 터치』
대기업 경영권을 장남이 아닌 비장자, 그중에서도 특히 차남에게 승계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2, 3남이 경영전선에 나서 장남과 함께 그룹을 꾸려나가는 경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서는 창업주가 장남을 제끼고 차남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는 사례가 잇따라 「재벌 차남전성시대」가 열리는 분위기다.
풍산그룹(회장 류찬우)은 3일 차남 류진(39) (주)풍산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켰다고 발표했다. 82년 (주)풍산에 입사한 이래 경영수업을 받아온 류진 사장이 형 류청(PMX인더스트리 사장)씨를 제치고 차남승계구도를 확정한 것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차남 동빈(42·호남석유화학 부사장)씨도 지난달말 그룹부회장으로 승진해, 형인 동주(43·일본 롯데 전무)씨를 제치고 경영전면에 나섰다. 정보통신 등 롯데그룹 신규프로젝트를 주도해온 동빈씨가 신회장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 두기업 모두 장남은 해외사업을 총괄하기로 한 것이 또한 특징이다.
이밖에도 지난 1월 한라그룹 총수로 취임한 정몽원 회장도 정인영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대신그룹(회장 양재봉)도 차남 회문씨가 그룹부회장직을 맡고 있어 조만간 경영권을 넘겨받을 것이 확실하다. 진로그룹 장진호 회장도 장남을 제끼고 승계에 성공한 차남 경영인이다.
차남경영인들은 창업주 아버지의 카리스마적 후광을 많이 입은 장남에 비해 자유분방하고 진취적인 성격이라는 평을 듣는다. 창업주나 장남이 미처 엄두를 못내는 신사업에 의욕적으로 뛰어들거나 조직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등 개혁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에서 비장자 승계풍토가 확산되는 것도 그만큼 조직의 개혁에 대한 욕구가 크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김경화 기자>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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