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는 「물이 닿는 땅」이란 말이다. 호수나 늪, 강과 하구, 갯벌 등을 일컫는다. 축축한 성질 때문에 집을 짓거나 일상생활을 영위함에 있어서 사람들로부터 경원시되고 무시됐다. 농경시대의 사람들이 습지를 단순히 외면했다면 산업시대에는 이를 매립하거나 간척하여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이 다를 뿐, 습지의 가치를 가볍게 보았다는 데에는 다름이 없다.그러나 최근 들어 습지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학문이 발달하고 교육이 보급돼 습지의 가치가 하나 둘씩 밝혀지고 그러한 과학적 지식이 대중에게 확산되면서 국제사회는 물론 국내에서도 습지를 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습지는 다양한 수생생물의 서식·산란 및 생육장으로서 생물종다양성의 보고일 뿐아니라, 수질오염의 자연정화, 수산물 생산, 물새 서식처, 자체의 경관적 아름다움 등 다양한 기능과 가치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요한 자연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71년 「람사(Ramsar)협약」이라는 습지보전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였으며, 환경 선진국들은 일찍이 각종 법률이나 제도를 마련해 자국의 습지보전을 꾀하고 있다. 독일이 북해연안의 모든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일체의 개발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미국 플로리다주는 습지를 훼손할 때 두배의 대체습지를 조성하도록 하고 있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습지보전에 대한 정부나 국민의 인식부족과 함께 법적·제도적 장치의 미비로 습지가 훼손되어 왔다. 더구나 좁은 국토에서 많은 인구를 부양해야 하는 현실은 갯벌과 같은 습지매립이나 간척에 대해 찬사 외에는 추호의 의심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최근까지의 시대분위기였다.
그러나 자연환경보전과 환경문제에 대한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되면서 정부와 언론, 민간환경단체 뿐만 아니라 일반국민에 이르기까지 습지에 대한 관심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람사협약가입, 「습지보전법」제정 추진, 농림부가 농지확보를 위한 당초 매립계획의 약 70%를 축소한 점, 각종 민간환경단체에서 벌이고 있는 다양한 습지보전노력,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에 대한 빈번한 언론보도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자연자산은 한번 파괴되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이러한 모습은 반가운 일이긴 하나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개발에 익숙해 있어 사회의 인식이나 제도·관행 등이 습지보전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남아있는 습지가 후손의 것이라고 생각하면 섣부른 개발이 능사가 아님은 분명하다. 정부나 기업, 국민 모두 인식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특히 이 시점에서 습지보전을 효과적으로 제도화할 수 있는 사회시스템의 구축에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겠다.<환경부 자연생태과 행정사무관>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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