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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을줄 모르는 대러 독립열망/체첸 성전 비디오 테이프 판매 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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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을줄 모르는 대러 독립열망/체첸 성전 비디오 테이프 판매 불티

입력
1997.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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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 즉결총살 등 잔혹장면 생생체첸 자치공화국 수도 그로즈니에 지난 2년간에 걸친 대러시아 독립투쟁의 영웅담이나 참상 등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가 나돌아 러시아인들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러시아 언론들에 따르면 그로즈니의 시장터에는 「체첸 지하드(성전)」로 불리는 비디오테이프가 날개 돋힌듯 팔리고 있다.

종류도 다양해 그로즈니 외곽 샤토이스코예 계곡에 대한 러시아군 폭격과 그로즈니 급습, 전쟁의 발발과 휴전, 종전에 이르기까지 물러서지 않는 반군들의 활약상을 담은 것이 있는가 하면 러시아군 포로의 즉결처분 장면을 찍은 테이프도 있다. 이 테이프는 대부분 체첸 기자들이 촬영한 장면에 외국방송을 짜깁기 한 것이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2만5,000루블(약 4,000원)짜리가 있는가 하면 25만루블(약 4만원)에 이르는 테이프도 있다. 이 차이는 테이프 내용에 달려있다. 예컨대 체첸군에 포로로 잡힌 그로즈니의 베젠지역 행정책임자가 즉결 처분당하는 테이프는 2만5,000루블에 팔린다. 이 필름의 총살형 장면은 너무 생생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그러나 등장인물과 장면이 배우가 아니고 실제상황이라는데 전율을 느끼게 한다.

가장 비싼 것은 러시아 정부와 계약을 맺고 전쟁터로 나온 이른바 「특수부대」 용병들을 처벌하는 테이프다. 체첸 전사들은 이 특수부대원들을 생포하면 가장 처참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보복 살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문으로만 나돈 그 장면들이 담겨있다.

이같은 테이프는 종전직후 미국영화에 체첸전쟁 장면을 덧입힌 프로그램이 현지 TV를 통해 방영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특히 포르노영화를 연상케 하는 장면에 잔혹한 살해모습을 더한 것이 큰 인기를 끌고있다. 섹스와 여자, 유혈장면을 뒤섞은 필름은 보는 이에게 섬뜩함과 함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로즈니에 있는 러시아 기자들은 전쟁비디오 판매가 「체첸의 성전」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러시아는 채찍과 당근을 모두 동원하더라도 체첸과 하나가 될 수 없다는 현실을 느끼게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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