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년 엽총참살후 먹황새 발길 끊어져경북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는 국내 유일의 먹황새 서식지로 천연기념물 제72호로 지정됐었지만 주인의 발길이 끊긴지 올해로 26년째가 된다. 역시 천연기념물 제200호로 세계적 희귀조인 먹황새에게 이 서식지는 기억하기도 싫은 참극의 현장으로 각인됐을 것이다. 71년 5월 자취를 감춘지 3년여만에 둥지를 찾은 먹황새 한 마리가 도산면 가송리 들판에서 먹이를 쫓다 마을주민의 엽총에 참살된 것이다. 이같은 참극이 발생한지 2년여 뒤 서식지는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됐다. 먹황새는 89년 12월 주남저수지에서 일시적으로 발견됐을뿐 그후로는 한반도에서는 목격되지 않고 있다.
일제강점기인 1938년 일본조류학자에 의해 발견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먹황새는 매년 4월이면 도산면 가송리 낙동강을 선회하며 바위턱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마을에는 고산이 있고 마을 앞 강건너 절벽에는 관소대(둥지)가 자리잡고 있었다. 먹황새는 관소대에서 고산정으로 다음에는 뼈바위로 옮겨가면서 서식했다.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하늘로 치솟은 웅장한 수직 암벽의 위용은 먹황새 번식에 천혜의 자연환경이 되었다. 먹황새가 이 곳을 서식지로 삼은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역사의 기록도 잘 말해준다. 조선 명조시대의 대성리학자 퇴계 이황이 안동에 도산서원을 세워 후학을 양성할 때 지은 시에 「오관」 「관소대」라는 시구가 보이는데 여기서 관자는 바로 먹황새를 가리킨다.
암수는 같은 크기, 같은 색깔이며 전장이 99㎝, 몸무게 2.5㎏이나 되는 대형물새이다. 먹황새는 황새 중에서 가장 늘씬하고 생김새가 호화찬란해 조류의 패션모델로도 표현된다. 특히 루즈를 바른듯한 주둥이와 빨간색의 늘씬한 각선미, 아이라인을 그린듯한 눈이 매력 포인트다. 이마와 머리는 구릿빛이며 목과 잔등은 약간 초록색을 띤 구릿빛이다. 가슴과 배, 겨드랑이의 백옥같은 흰색은 그래서 더 한층 돋보인다.<이기창 기자>이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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