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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영화’/김성곤 지음/영화,내면의 논리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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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영화’/김성곤 지음/영화,내면의 논리를 찾아서

입력
1997.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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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특수효과 등 볼거리 그 뒤에 숨은 메시지 해부/‘영화=문학의 사생아’라는 편견을 폐기한다「포레스트 검프」 「쇼생크 탈출」 「쥬라기 공원」….

기억에 생생한 우리 시대의 화제작들이다. 어떤 특수 기법이 동원되고, 톱스타는 누구인지, 아니면 뒷얘기 등등 수순이 빤했다. TV의 영화 교양 프로나 영화 전문 잡지들이 부추겨 온 접근 방식은 그렇듯 흥미 제일주의였다.

그러나 「문학과 영화」는 다르다. 영화 내면의 논리, 즉 영상 서술 구조에 주목한다. 서울대 영문과 교수이면서 영상 등 뉴 미디어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표시해 온 김성곤씨가 자신의 생각들을 집성했다.

김씨는 「영화는 문학 텍스트의 확장」이라는 테마를 세계 각국의 양상들을 나열, 논증한다. 책은 이를테면 영상 시대의 문학론이다.

미국 문학 관련 부분이 절반을 넘는다. 미국이 세계 영화의 메카이지만, 뭣보다 자신의 전공 분야인 까닭.

「위대한 개츠비」에서 「조이 럭 클럽」까지, 미국 영화의 걸작 34편이 김씨의 특이한 메스로 해부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아담스 패밀리」는 아웃사이더들을 새롭게 조명하자는 포스트모던적 메시지의 영화다. FBI 견습 요원 스탈링의 끔찍한 경험을 그린 「양들의 침묵」은 진정한 성인이 되기위해 겪어내야 했던 심리적인 여행담이다. 「포레스트 검프」는 자신들의 순진함을 주장하고 싶은 보통 미국 사람들이 고안해 낸 보상물이다. 「쥬라기 공원」은 과학의 절대성에 대해 깊은 회의를 던지는 영화로 읽혀진다….

영국 영화 21편도 올랐다.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제인 에어」는 페미니즘과 탈식민주의라는 최근의 인식틀을 반영한다. 프란시스 코폴라의 「드라큘라」는 억눌인 성적 욕망, 기독교와 이단, 중심과 주변,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대립 같은 중후한 주제가 얽혀있다. 같은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은 서구 제국주의 문명의 죽음과 백인의 도덕적 타락의 종말이다. 일련의 제임스 본드는 사라져가는 대영제국의 마지막 영웅이다….

이와 함께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지의 문학과 영화에 대해서도 논의는 이어진다. 「레 미제라블」 「제르미날」 「양철북」 「프라하의 봄」 등 우리 시대의 걸작들. 말미는 우리 문학과 영화와의 각론에 할애돼 있다. 「모래시계」 「바보들의 행진」 「무진기행/안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다. 근작 「301, 302」에 대한 칭찬으로 끝맺는다.

「영화는 문학작품을 훼손하고 왜곡한다」. 지난 시절 영화는 이를테면 문학의 사생아였다. 그러나 이 책은 그것이 오만과 편견의 소산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지난 1년동안 몇몇 신문지상으로 연재됐던 글을 묶어 편 책. 민음사간.<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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