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총리로 유력한 고건 명지대 총장이 며칠째 언론을 피하고 있다. 전화연락을 해도 응대하지 않고 있다. 아무리 하찮은 전화라도 메모만 남기면 반드시 회답하는 그의 성정으로 미뤄볼 때 무언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좌다. 대임에 관한 일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게 그를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다.28일 명지대 재단측에 사표를 제출한 이후 자택문을 걸어잠근 채 두문불출하던 고총장은 2일 상오 자택을 나서다 언론에 포착됐다. 주말과 휴일에 열리는 사랑방 좌담모임인 「동숭마당」에 참석하러 가던 참이었다. 그는 김영삼 대통령 면담 사실을 시인하긴 했다. 그러나 간접적으로 「고심하고 있다」는 시사 외에 더이상의 언급은 회피했다. 고심은 아마도 총리직 수락여부인 것으로 관측된다.
고총장의 총리기용 가능성은 여권내부에서도 다각도로 감지되고 있다. 『총리직 수락의사를 이미 밝혔다』는 여권 고위관계자의 전언도 전언이지만 『그만한 인물이 드물다』는 것이 여권내부의 공통된 평가다. 무엇보다 그는 경륜을 인정받고 있다. 교통·농수산·내무장관에 이어 서울시장을 지내는 등 총리로서 갖추어야 할 「전력」을 빠짐없이 갖추었고 12대에서는 민정당의원을 지내 정치쪽도 낯설지 않다.
「행정의 달인」이란 닉네임이 말해주듯 현정부가 가장 필요로 하는 행정력과 업무수행 능력면에서도 그 이상을 찾기가 쉽지 않고, 출신지역(전북 옥구)도 탕평과 화합의 인사원칙에 걸맞다는 평가다. 그러나 일부에선 『문닫는 정권에 선뜻 몸담으려 하겠느냐』며 언론회피를 「말못할 고민」쪽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홍희곤 기자>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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