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연재 장편소설<사랑의 기쁨은 어느덧 사라지고 사랑의 슬픔만 영원히 남았네 눈물로 보낸 나의 사랑이여 그립다. 어디로 갔는가 사랑이여…>사랑의>
샹송가수 나나 무스쿠리의 맑은 목소리로 기억되는 「사랑의 기쁨」. 이 노래는 그러나 제목과는 반대로 사랑의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사랑에 있어 기쁨과 슬픔은 같은 몸체인 것이다. 최인호씨가 95년 봄부터 1년여 한국일보에 연재했던 「사랑의 기쁨」을 도서출판 여백에서 두권의 책으로 펴냈다.
나나 무스쿠리의 노래에서 화두를 빌려온 「사랑의 기쁨」은 작가가 85년 완성한 「겨울 나그네」 이후 10년만에 시도한 러브 스토리이다. 해일과 같은 기쁨과 슬픔이 끊임없이 교차하며 가슴에 밀려든다.
최씨는 『작가들의 최대의 꿈은 뭐니뭐니해도 가장 아름다운 로망의 소설, 즉 연가를 쓰는 것이다. 이 사랑 노래는 소설가에게만 국한된 꿈이 아니라 모든 작곡가, 화가, 영화감독, 시인들의 가슴 속에 들어 있는 모든 창작의 예술혼』이라고 말했다.
신문연재의 특성상 일부 반복됐던 내용을 과감하게 삭제하고, 100여매를 보탰다. 「겨울 나그네」에 막 40줄에 들어선 작가의 사랑관이 녹아있다면, 「사랑의 기쁨」은 50대의 나이에 가톨릭에 귀의한 작가의 사랑에 대한 해석이다. 30대 초반의 이혼녀 채희와 역시 이혼녀인 엄마 유진, 엄마와 평생을 두고 사랑을 나눈 노총각 현민. 이 세사람이 화려하지 않지만, 아련하게 가슴을 저미는 실내악 같은 사랑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채희가 혼자 살다가 유방암으로 죽은 엄마의 빈집을 찾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부모의 이혼, 아버지의 죽음 등 혼란과 증오로 사춘기를 보내며 자폐증에 걸리기도 했던 채희는 자포자기적인 결혼을 하지만 3년만에 이혼했다.
채희는 우연히 엄마가 죽기 전에 쓴 미완성의 연애편지를 발견한다. 발신자를 추적하다 엄마의 애인이 10여년전 미국 대학에 교환교수로 가 있는 최현민임을 알게 된다. 채희의 편지를 통해 유진의 죽음을 알게 된 현민은 채희를 미국으로 초대한다. 채희는 그에게서 엄마의 평생에 걸친 사랑 이야기를 듣는다. 노총각과 이혼녀의 만남, 영원한 이별, 그러나 한순간도 서로를 잊지 못하고 가슴 끓이던 두사람의 사랑….
요즘 소설에서는 「이야기」를 찾기 힘들다. 「사랑의 기쁨」은 감미로운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 소설이다. 아버지 아닌 남자를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차츰 이해하게 되는 채희의 심리묘사가 뛰어나다. 두 여자의 삶이 밖에서 볼때 철저히 비극적이지만, 그들의 영혼 속에 드리워진 사랑의 무게는 진정한 인생의 기쁨을 느끼게 한다.
최인호씨는 『사랑이야말로 「기쁨」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그려보고 싶었다. 사랑함으로써 고통과 인내와 희생을 겪게 되지만 결국 그러한 고통만이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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