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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가 유행 만든다/‘다리가 길어야’→힐 덮는 일자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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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가 유행 만든다/‘다리가 길어야’→힐 덮는 일자바지

입력
1997.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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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 보여야’→영문로고 패션/열등감 자극이 성공의 열쇠?「성공하려면 콤플렉스를 자극하라」 최근 패션업계에 등장한 새 화두다. 롱다리패션과 블랙패션, 공주옷과 로고패션 등 젊은이들이 추종하는 유행의 저변에 콤플렉스가 견인차역할을 하고 있다. 서구적인 체형에 대한 선망, 신데렐라가 되고 싶어하는 욕망, 마르고 섹시해야한다는 고정관념, 여기에 「(돈이)있어야 행세한다」 「남과 달라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콤플렉스의 주 내용이다.

세계적으로 실용패션이 대세이고 한국의 패션리더들은 유행감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유행에 민감하지만 이들 콤플렉스는 변형된 신한국형 유행을 만들고 있다.

서구에서는 지난해부터 발목길이에 통이 좁은 맘보스타일 바지가 인기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여전히 땅에 끌리는 긴 일자바지가 거리를 휩쓴다. 「없어서 못판다」는 「베이직 GV2진」의 힙스터 블랙진은 7∼8㎝의 하이힐을 신었을 때 굽을 완전히 가리면서 다리를 길게 연출할 수 있도록 패턴을 떴다. 바지를 다리 길이에 맞춘 게 아니라 하이힐을 신었을 때의 길이에 맞춘 것이다. 캐주얼브랜드 「애녹」은 카메라조작으로 다리길이가 훨씬 늘어나 보이게 모델을 찍은 광고를 제작, 서구형 체형에 대한 콤플렉스를 노골적으로 자극했다.

「말라야 아름답다」는 강박관념은 블랙패션, 블랙화장을 우리나라에 정착시켰다. 「검은 색이 섹시하다」는 믿음은 세계공통적이지만 우리 여성들은 「날씬해보인다」는 것에 더 집착한다. 한국유행색협회의 고혜숙대리는 『해마다 유행색을 발표하지만 한국에서 늘 지배적인 색깔은 검정이다. 검정색이 뚱뚱한 몸매를 날씬해보이게 한다고 믿는 것과 관계있다』고 말한다. 화장을 얼굴이 축소돼 보이도록 피부는 검게, 입술도 검자주색으로 칠하는 사람이 많다. 바로 지난해 「블랙리스트」라는 이름의 화장품이 등장, 성공을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옷에 커다랗게 영문로고를 박아넣는 로고패션은 「돈=특권계층」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풍기면서 한편으로는 「남과 달라야한다」는 신세대의 강박적 욕구라는 과녁을 정확히 맞췄다. 청바지브랜드 「닉스」가 바지의 엉덩이부분이나 끝단부분에 로고를 새겨넣어 크게 성공한 것은 이 욕구를 맞춘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미국 캐주얼웨어 제이크류(J.Crew)를 국내에 들여온 두산상사가 이 브랜드의 청바지에는 로고가 없기 때문에 청바지라인을 대폭축소한 것을 보면 업체들이 소비자들의 로고패션에 대한 갈망을 얼마나 중시하는가를 알 수 있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공주옷패션은 여성의 신데렐라콤플렉스를 자극한 것이다. 브래지어에 패드를 넣어 가슴을 커보이게 해주는 (주)비비안의 볼륨업브라가 출시된 지 1년만에 150% 매출신장을 올린 것은 섹시한 몸매에 대한 환상을 부추겨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옷입기의 기본원칙은 물론 「단점은 가리고 장점은 살린다」이다. 그러나 문화평론가 이성욱씨의 다음 지적처럼 『최근의 이런 옷입기는 서구적 체형에 대한 맹목적 선망으로 오도될 수 있고 입는이의 신체이미지와 소속계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낳을 위험도 있다』<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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