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이 현철씨 주변척결의 칼을 빼들었다. 김기섭 안기부 운영차장이 28일 전격해임된 것은 현철씨 주변의 호가호위세력에 대한 김대통령의 단죄가 구체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치권 주변에선 김대통령이 특별담화를 통해 현철씨 문제에 대한 사과의 뜻과 함께 책임질 일이 있으면 사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언명했을 때부터 현철씨를 에워 싼 세력에 대한 정리작업이 조만간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그중에서도 김씨는 주목대상 1호로 꼽혔다. 김씨는 현철씨의 「우기섭 좌기섭」으로 불릴 정도로 측근중 측근으로 알려졌으며 그만큼 막강한 위세를 떨쳤다. 김씨는 「문민정부의 장세동」이라 자처하면서 김대통령에 대한 절대적 충성심을 과시해 왔고, 그렇게 함으로써 현철씨뿐 아니라 김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얻고있음을 자랑해 왔다.김씨가 김대통령과 연을 맺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80년대말 신라호텔 상무였던 김씨는 호텔이란 「특수지역」에서 유통되는 정보를 당시 야당총재였던 김대통령측에 제공하면서 상도동측과 가까워졌다. 김씨는 87년 정국이 어수선하던 시절 자신의 집을 담보로 1억원을 마련, 정치자금으로 상도동에 쾌척, 김대통령의 눈에 들게됐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상도동이 실제로 1억원을 받았는 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씨가 상도동 캠프에 정식 합류한 것은 3당합당 뒤였다. 이때부터 그는 특유의 처신으로 승승장구의 길을 걷게 된다. 김대통령의 민자당 대표시절 오랫동안 YS를 모셔온 비서진들에 앞서 YS의 각종행사와 행차를 챙기는 등 「시키지 않은」 일을 찾아했던 그는 자신의 돌출행동을 못마땅히 여긴 기존의 비서진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자 현철씨에게 접근, 신임을 얻었다고 한다.
김씨는 현철씨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권력핵심으로 들어서게 된다. 그가 현정부 출범직후 특별한 공로없이 안기부의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기조실장이란 중책에 기용된 것도 현철씨가 밀어준 결과라는 것이 정설이다. 이 자리에는 당초 대선과정에서 선거기획과 참모역할을 맡아 공을 세운 K씨나 P씨중 한명이 갈 것으로 예정됐었으나 김씨가 재빨리 선점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안기부로 자리를 옮긴 뒤 깊숙한 정보를 선점, 핫라인을 통해 현철씨에게 보고함으로써 현철씨의 정치간여를 최일선에서 도왔다고 한다. 그는 그러나 이권 및 인사개입설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현철씨 주변에 인의 장막을 친 장본인으로 지목돼 민주계로부터도 배척당해왔다. 김씨의 해임은 현철씨 주변세력에 대한 정리작업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홍희곤 기자>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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