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가 터진지 불과 한달만에 열린 은행주주총회에서 한보대출관련 임원들이 은행장에 선임되는 등 줄줄이 승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은행감독원이 25일 한보관련임원에 대해 「솜방망이」란 비난을 받아가며 소폭 징계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긴 했지만 「설마 그런 일이야 벌어지겠느냐」는게 금융계의 상식이었다. 그러나 막상 주총의 뚜껑이 열리자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로 나타났다.
특히 C은행의 경우 구속된 행장을 지근거리에서 보필, 한보대출에 간여했던 C행장직무대행(전무)이 은행장후보에 추천돼 행장자격 시비가 일면서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전무는 지난달 25일 은감원으로부터 한보부실대출과 관련, 「주의적 경고」를 받았으나 비상임이사들은 그를 차기 행장후보로 추천한 것이다. C은행노조는 한보대출에 책임이 있는 C전무의 행장후보 추천에 반발, 철야농성에 들어갔으며 7일 열릴 주주총회장을 점거, 그의 행장선임에 강력 반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은행장의 공정한 선출을 위해 새로 도입된 비상임이사회가 제 구실을 못한다는 제도적 허점이 시행 첫해부터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한보대출에 관련된 임원들이 행장후보를 비상임이사회에 추천하고 은행의 대출수혜자이기도 한 비상임이사회가 여과없이 그를 행장후보에 추천할 수 있도록 한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은감원의 금융기관감독세칙에는 「거액부실여신 및 거액 금융사고 등에 가담·연루돼 신용질서를 문란케 한 자는 3년내 은행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보연루자는 행정적 책임뿐만 아니라 도의적 책임도 져야 한다』며 『비상임이사회가 추천한 인사를 자동 승인해줄 바에야 은감원의 자격심사절차가 필요하겠느냐』고 밝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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