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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국 노동정책의 표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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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국 노동정책의 표류(사설)

입력
1997.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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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신한국당은 노동관계법 재개정에서 정리해고제는 삭제하기로 했다. 정리해고제는 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경영상 불가피한 경우 등에 인력감축을 허용하는 제도이므로 이의 도입을 놓고 노사가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기업측에서는 날로 치열해 가는 범세계적인 경쟁체제 아래서 이겨내기 위해서는 인건비의 절감 등이 긴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정리해고제(고용조정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감원은 당해 근로자들에게 생존권의 박탈이므로 기업은 경영의 합리화를 여기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경영의 현대화, 투자의 효율화, 비리의 자제 및 단절 등에서 찾아야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양자의 주장은 다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정당성이 있다. 선택의 문제라 하겠다. 우리나라 경제 여건에서는 노사 양측의 주장을 함께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리해고제를 도입하여 불가피한 경우 감원을 경영합리화의 수단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 임의대로 이를 남용치 못하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기업들로 하여금 우선적으로 다른 방법으로 경영의 합리화를 추구할 것을 요구하는 촉진제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봐 미국의 노동시장이 일본·유럽연합(EU)의 그것보다 유연성이 훨씬 높다. 80년대 침몰하던 미국경제가 90년대 들어와 세계의 정상에 군림하게 된 것은 주로 이것 때문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금 일본·EU도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위해 진력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노조와 정부 또는 기업 사이에 마찰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일반정서는 정리해고제의 도입에 반대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 이후 경기침체에 따라 기업들이 명예퇴직 등 감원을 무더기로 단행해 온 것이 주요 요인이다. 기업들의 명예퇴직 조치가 과연 타당한 것이냐에 대해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경영합리화의 필요성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역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정리해고가 필요하다는 것은 긍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집권당인 신한국당이 정리해고제를 삭제키로 한 것은 집권당으로서의 책무에 등을 돌린 것이 아닌가 한다.

신한국당은 야당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표나 또는 국민여론을 의식해서 태도를 표변한 것 같다. 정리해고제의 도입을 복수노조와 함께 일관되게 지지해 온 신한국당이 왜 마지막 단계에서 입장을 바꿨는지 그 이유가 분명치 않다.

지난해 12월 문제의 노동법개정안 통과때에는 예상치 않게 복수노조의 도입을 유예시키더니 이번에도 돌연 정반대로 의표를 찌른 것이다. 정책의 표류다. 집권당은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초지를 관철시키는 논리와 용기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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