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조사국 서터 박사 학술회서 주장한보사태와 노동법파동 등 국정위기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미국 워싱턴에서는 27일 한국의 정치불안을 우려하는 미 의회측의 시각이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미국 아메리칸대 아시아연구소(소장 김형국 교수) 주최로 이날 열린 「한국의 민주화와 개혁」이라는 주제의 학술회의에서 미 의회조사국 선임연구원 로버트 서터 박사는 논문발표를 통해 한국의 현재를 「민주적이지만 유동적인 상황」으로 진단했다.
극동문제 전문가인 서터박사는 『미국은 한국의 민주화를 환영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이같은 상황은 보다 심각한 정치·경제적 불안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으며 미국의 정책결정에도 복잡한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서터 박사는 한국의 정치상황에 대해 『김영삼 대통령은 많은 개혁을 단행했지만 강력한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서터 박사는 이어 『김대중씨의 정계복귀와 그에 따른 야당분열은 김대통령과 한국정치를 둘러싼 상황을 더욱 유동적이고 불확실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서터 박사는 특히 『이런 상황은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에게 몇가지 중요한 고려를 하게 한다』면서 한국정부의 입지축소가 대외정책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그는 『대북정책에서 한국정부가 국민인기에 영합하는 제안을 하거나 유연하지 않은 입장을 취함으로써 한미간 정책조정을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서터 박사는 이어 『계속되는 한국의 정치적 혼란은 미·북 및 한·미관계에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면서 『남북관계가 냉각될 경우 미국은 대북경수로제공과 관련한 미국의 이익과 약속을 희생하거나 한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관계개선을 추진해 나가는 양자택일을 해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터 박사는 『변화하는 한미관계에 대한 대응방식을 놓고 미국내에 여러 의견이 있다』면서 『그중 하나는 한국은 강력한 압력을 가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 나라인 만큼 시장개방이나 방위비분담 등에 대한 압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나 『그같은 방식은 한국내 반미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정파간 불안정을 초래함으로써 한반도 안정이라는 미국의 이익에 배치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주장도 있다』고 강조했다.<워싱턴=정광철 기자>워싱턴=정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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