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드라마 장르의 혼합,아니 단순나열/그래서 ‘꿈의 궁전’은 없다SBS 주말 드라마 「꿈의 궁전」(극본 윤정건, 연출 운군일)은 여러 장르들의 결합체다. 마치 드라마의 모든 장르를 망라하는 듯하다. 주인공인 네 젊은이가 나올 때는 트렌디성 멜로 드라마지만, 푼수 떠는 여사장 양금숙(이응경)이 등장하면 영락없는 코믹 드라마로 바뀐다. 그런가 하면 석환(이훈)을 쫓는 뒷골목 깡패와 마약이 등장하는 액션 드라마가 되었다가, 중년 부부의 갈등을 그리는 홈 드라마가 되기도 한다. 정체 모를 지배인(이순재)과 무술의 고수인 설거지 담당 동수(서인석)는 미스터리다. 가끔씩 끼어드는 신파조의 나레이션은 복고다.
장르의 혼합이 방송, 그중에서도 드라마의 뚜렷한 흐름을 이룬 지는 이미 오래다. 한 드라마 안에 액션과 멜로가 혼재하고 코미디가 합해지기도 한다. 장르 혼합 그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시청자들은 이제 그리 많지 않다. 세상살이가 복잡다단한 단면들로 이루어진 것처럼 드라마라고 해서 일관된 하나의 장르만을 고집할 수 없다는 공감대 때문이다.
문제는 장르의 혼합이 설득력을 지니지 못하고 각각의 부분이 전혀 통일성 없이 단지 「나열」된다는 데 있다. 이질적인 장르들이 등장 인물들의 다양한 삶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가 아니라, 각 장르의 인기 요소들을 한데 모아놓기 위해 쓰인다.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가난한 남녀와 남자의 친구인 부잣집 아들이라는 도식은 멜로에서, 푼수 연기와 능청스런 아역은 코믹에서 따왔다. 오해에 의한 작위적인 사건진행은 액션 쪽이다. 거기에 요즘 드라마에 빠져서는 안될 단골메뉴가 돼버린 명예퇴직까지. 그나마 중심과 양념의 구분도 모호하다.
당연히 드라마는 산만할 수 밖에 없다. 중간중간 재미를 느끼려다가도 등장인물에 따라 급변하는 드라마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전체 줄거리를 잇기에 바쁘다. 잘못된 장르 혼합의 전형적인 예다.
또하나, 현실에서는 접하기 힘든 최고급 레스토랑이라는 비현실적인 설정, 그리고 발랄한 CF스타의 이미지를 떨쳐버리지 못한 김지호의 어색한 울상(정민 역)도 드라마의 재미를 반감시킨다.<김지영 기자>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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