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누가 잡든 개방 불변”/인플레·빈부차 따른 세부정책 수정 가능성/남북한 등 대외관계는 변화이유 없어/소수민족 분리움직임엔 강력대처 예상덩샤오핑(등소평) 사후의 중국은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한반도를 비롯한 주변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본보는 미 컬럼비아대 앤드류 네탄(54·국제정치학) 교수와 러시아 극동연구소 알렉산데르 야코블레프(69·중국학) 중국센터소장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등이후의 중국」을 전망했다.<편집자 주>편집자>
―등 사후 중국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의 변화 가능성은.
(네탄 교수) 『장쩌민(강택민) 국가 주석 등 당 지도부는 현 경제체제를 유지할 게 틀림없다. 권력투쟁으로 집권세력이 달라진다해도 개혁·개방의 물줄기를 돌리기는 힘든 상황이다. 다만 인플레이션과 빈부격차 등에 대한 대응책, 개방의 속도조절을 위한 세부정책들은 상황에 따라 당연히 바뀔 수 있다』
(야코블레프 소장) 『등의 개혁노선은 지난 15년간 사회전반에 뿌리를 내렸으며 시장경제 체제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돌입했다. 그의 은퇴 이후 시장경제는 오히려 가속화했다. 등이 사망했다고 해서 중국이 개혁노선에서 이탈할 아무런 근거와 이유가 없다고 본다』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지역 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네탄) 『등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억지(현상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으며, 여기에는 당 지도부에서도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런 점에서 중국은 한국보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우려한다. 때문에 평양과의 선린관계를 유지하면서 북한을 달래는 한편 북미 핵협정 준수등을 강요할 것이다. 또 북한이 경제난으로 붕괴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지원을 하는 동시에 중국의 3대 교역국인 한국과의 관계개선에도 힘쓸 전망이다. 반면 대일본 정책에 대해서는 지도부 사이에 논란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일본 위협론」을 둘러싸고 일본에 대한 강경기류가 형성될 수도 있다』
(야코블레프) 『등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외정책이 변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서방정책에서도 기존의 대외정책을 바꿔야 할 만한 이해관계는 없다』
―천안문사태의 재발 가능성은.
(네탄) 『89년 천안문사태는 당 지도부의 분열이 빌미가 됐다. 당 지도부가 분열양상을 보이면 소요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권력투쟁의 조짐도 없을 뿐더러 민주화와 경제상황 등에 대한 인민들의 불만도 그리 크지않다』
(야코블레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중국에서는 지금 89년의 천안문사태에 대한 평가가 바뀌고 있다. 그들 스스로도 많은 희생을 초래하는 그같은 불행한 일은 다시는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대 대만정책과 홍콩반환에 미칠 영향은.
(네탄) 『대만이 중국정부를 자극할 경우 대만에 대한 강경파가 득세할 가능성이 높지만 중국은 홍콩에 250억달러나 투자했고 홍콩정부를 이미 구성하는 등 반환절차를 차질없이 밟아가고 있기 때문에 「1국가 2체제」하에서의 홍콩의 장래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다』
(야코블레프) 『중국과 대만은 경제교류의 진전을 통한 평화통일을 지향하고 있다. 등의 사망이 이같은 흐름을 바꾸는 역풍이 되거나 흐름을 가속화하는 순풍이 될 것같지도 않다. 중·대만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대만내 독립움직임과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 여부다. 시간이 되면 홍콩은 중국땅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중앙·지방 정부간의 갈등 가능성과 도농간 경제격차 심화에 따른 문제점은.
(네탄) 『중국의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로부터의 독립을 원치 않는다. 조세정책과 재정보조금 등을 둘러싸고 맞설 수 있지만 심각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야코블레프) 『중앙과 지방정부간에 분쟁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등의 사망과 직접 관계가 없다. 어느 세력인가 이 기회를 이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중국은 러시아의 경우를 교훈삼아 지방정부의 발호나 소수민족의 움직임에 강력히 대처할 것이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뉴욕="이종수"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약력
▲앤드류 네탄
미 하버드대 국제정치학박사(71년)
미 컬럼비아대 국제정치학 교수(74년―현재)
저서:중국의 민주화(85년) 등 다수
▲야코블레프
구 소련 동방학대 중국어과 졸업(50년)
동대학 중국학 박사(82)
과학아카데미 정회원(9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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