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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이는 신촌가 지성의 섬/‘오늘의 책’ 주인 김봉환씨(책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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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이는 신촌가 지성의 섬/‘오늘의 책’ 주인 김봉환씨(책동네)

입력
1997.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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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폭등 폐점 50일만에 연세대 모금운동으로 재개점/“신촌거리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으면”「신촌 지성」의 마지막 보루인 「오늘의 책」 주인 김봉환(39)씨는 요즘 빚을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서울에 몇개 남지않은 사회과학전문서점중 하나였던 「오늘의 책」이 폐점 50일만인 지난 12월20일 연세대 교수, 동문, 재학생들의 도움으로 다시 문을 열었기때문이다.

유흥업소가 1,100여개나 밀집한 곳에서 소형서점이지만 명맥을 유지하게 된 것이다. 김씨는 87년 2월 고객들이 둘러 앉아 책을 읽고 토론하는 분위기가 좋아 이 서점의 직원이 되었다. 그러나 대형매장에서 일을 배우고 싶어 89년 그만두었다가 94년 4월 우연한 기회에 「오늘의 책」을 인수하게 됐다. 당시 보증금 3,100만원에 월세는 172만원이었다.

그러나 신촌일대가 날로 소비지향적이 되면서 임대료가 폭등, 보증금 3억원에 월세 400만원을 요구해 문을 닫기로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연세대생들이 서점살리기에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서 대자보도 붙이고, PC통신에 「신촌에 빚진 직장인 300명을 찾습니다」는 내용을 띄우기도 했다.

연세대 오세철, 김찬호, 김호기 교수 등이 100만원씩 선뜻 투자했고 동문, 재학생 등이 100구좌 1억원을 모금했다. 결국 아르바이트생의 부모한테 빌린 2,000만원과 모금된 6,000만원으로 연세대 앞 굴다리 첫번째 골목안에 집을 얻어 재개점했다. 앞으로는 폐점의 위기에서 책방을 살려준 투자자들과 함께 조합형식으로 운영해나갈 방침이다.

김씨가 직원으로 근무하던 80년대 후반만해도 사회과학서적이 전체의 70%이상이었지만 요즘은 인문과학에 밀려 30%에 불과하고 매출비율도 20%정도에 그치고 있다.

새로 옮긴데는 외진 곳이어서 그런지 하루 매상이 50만원선으로 예전의 절반수준. 월세와 아르바이트생 인건비 등을 제하면 남는 게 없다.

미혼인 그는 94년 「사장님」이 된 뒤 생활비를 집에 가져가 본 적이 별로 없지만 그래도 만족한다. 1층 서점에 딸린 지하매장은 고객들이 차마시고 독서하면서 토론하는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80년대 학생들이 「오늘의 책」을 약속장소로 이용하고 의자에 앉아 책을 읽던 옛날의 모습을 재현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도서기획전, 작가들 모임 등 책에 대한 정보를 계속 전달해 주면서 학생들에게 토론할 공간을 제공하고 싶다』는 김씨는 『신장개업한 「오늘의 책」이 신촌을 대표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느냐의 여부는 대학생들의 몫』이라고 말했다.<여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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