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주기현상’인가 ‘기상이변’인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주기현상’인가 ‘기상이변’인가

입력
1997.02.27 00:00
0 0

◎‘10여년 주기 2∼3년 계속’설 가장 유력/지구온난화·오존파괴도 관계없다 못해/물 사용 급증,상대적 체감지수 높아진 탓도「기상이변인가, 아니면 주기적 현상인가」

94년부터 연간 강수량이 평년치(1961∼1990년)를 밑도는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318.5㎜인데 94년에는 평년치보다 350㎜가 부족한 968.2㎜에 그쳤으며 95년 1,155㎜, 96년 1,115㎜에 지나지 않았다.

기상청은 강수량 감소를 기상이변의 영향이라기 보다는 자연적인 순환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 안명환 예보관리과장은 『기상이변 등 특별한 원인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며 『고기압세력이 우세해 기압골이 통과하지 못하거나 통과하더라도 비를 적게 뿌리는 기상학적 원인 때문에 최근 3년간 물기근 현상이 빚어졌다』고 설명했다.

강수량은 통계적으로 볼 때 10여년 주기로 2∼3년은 적게 나타나는데 94∼96년이 여기에 해당된다는 것이 기상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래서 기상청은 올해의 경우 3, 4월까지는 어차피 갈수기여서 충분한 강수량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5월쯤 가면 예년 강수량을 만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기대는 「10여년 주기설」에 근거한 것이다.

기상청의 통계에 따르면 27∼29년, 37∼39년, 42∼44년, 67∼68년, 77∼78년, 81∼82년, 94∼96년 등 대체적으로 10여년 주기로 2∼3년씩 가뭄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안과장은 『정확한 주기는 예측하기 어려운데다 강수량 변화도 편차가 심해 올해는 비가 많이 내릴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 기상학자들 사이에서는 세계적인 가뭄현상이 지구온난화 등에 따른 기상이변의 한 영향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의 가설일 뿐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 아니다. 국내 기상학자들도 최근 3년간의 가뭄이 기상이변의 영향이라고 보는데는 부정적이다. 서울대 대기과학과 이동규 교수는 『정확한 원인은 찾지 못했으나 최근 3년간 가뭄의 경우 기상학적 측면에서 우려할 징후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연세대 천문대기학과 김정우 교수는 『비가 한해는 많이오고 한해는 적게 오는 「2년주기」와 4∼7년에 한번씩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상승하거나 내려가는 「엘니뇨와 라니나주기」, 10여년만에 2∼3년씩 비가 적게오는 「10여년 주기」 등 3가지 주기설이 있지만 딱 꼬집어 최근 3년간 가뭄현상의 원인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증명된 것은 아니다』고 전제, 『3가지 주기가 복합적으로 나타난 효과중의 하나라고 보는게 합리적인 추측』이라고 설명했다. 김교수는 그러나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지구온난화나 오존층 파괴 등의 요인과 전혀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기상청 관계자들은 물 사용량이 늘어나는 사회적 현상도 가뭄을 심각하게 느끼도록 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수량이 예년과 비슷하더라도 물 사용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뭄 체감지수가 높아 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영·호남지역은 본래 소백산맥과 지리산의 영향으로 강수량이 적은데다 가뭄까지 겹쳐 늘어나는 물 사용량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기상연구소 홍성길 소장은 『우기인 여름에 비가 많이 내려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결국 가뭄은 물 저수율이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이진동 기자>

◎지하수가 죽어간다/무분별 개발·오염탓 고갈/공개념 도입·관리일원화 시급

지하수가 죽어가고 있다. 하천과 저수지가 계속된 가뭄으로 말라붙은 상황에서 잠재 수자원인 지하수마저 무분별한 개발과 오염의 심화로 고갈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하수 부존량은 1조5,000억톤으로 이중 130억톤이 연간 개발가능한 최적량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조사한 공식적인 지하수 이용량은 연간 26억톤이지만 지하수환경학회는 실제 이용량이 신고된 양의 2배인 50억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이동수 교수는 『대구지역의 경우 10년전에 비해 지하수위가 20여m이상 떨어졌으며 청주의 공단지역과 창녕 부곡온천 등에서는 과잉취수로 인한 지하수 고갈이 심각한 상태에 달해 있다』고 말했다. 연약지층이 많은 파주와 문경지역은 지하수 고갈로 지반함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양적인 고갈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하수의 오염이다. 주유소나 공장의 지하탱크에 저장된 유류 등 오염물질과 생활하수, 산성비, 대기오염물질 등이 토양오염의 주요인이다. 쓰레기 매립장 부근이나 공단지역의 지하수 오염은 심각한 상태에 달해 올 1월 경남 창원공단 일대 주택가에서는 발암성 물질인 산업용 유기용제 트리클로로에탄(TCE)이 기준치의 11배나 검출되기도 했다. 농촌지역은 농약이나 비료 사용의 증가로 지하수질이 크게 악화하고 있고 폐광지역은 중금속 폐기물에 의한 오염이 심각하다.

95년 전국 5만6,000여 관정중 4%정도가 수질기준에 미달했고 340여 식수용 지하수중 15%가 음용수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지하수 오염의 심각성은 한번 오염되면 치유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연세대 지질학과 한정상 교수는 『지하수는 1년에 5∼6m밖에 움직이지 않아 오염에 극히 취약하다』며 『2,000년전 로마의 쓰레기 매립장 침출수가 아직도 오염된 채로 남아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지하수 고갈을 막기 위해서는 지하수 유입량에 따른 적정한 개발과 사용이 우선적이다. 환경부는 올 7월부터 지하수를 개발할 때 행정당국에 반드시 신고토록 하며 지하수 폐공 메우기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지하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하수가 충전되는 주변지역의 토지이용을 규제, 오염원을 제거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지하수 보호를 위해 주변지역 가옥과 가축수를 제한하고 있다.

지하수 이용실태에 대한 조사와 계절·지역별 지하수질과 수위 관측망을 수립하고 선진국의 지하수 정화기법을 도입, 전문성을 갖춘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이다. 한국환경기술개발원 최지용 책임연구원은 『지하수의 무분별한 개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하수 공개념을 확대해야 한다』며 『현재 환경부와 건설교통부 등에 분산돼 있는 지하수 관리업무를 일원화해 수질과 수량을 통합관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배성규 기자>

◎물부족 예방대책/댐 추가건설 절대공급량 늘리고/물값인상·중수도설치 소비 억제

우리나라의 물부족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물공급과 수요에 대한 관리대책마련이 병행돼야 한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우선 공급량 확대의 측면에서는 댐과 저수지의 추가건설을 통해 저수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앙대 토목공학과 김수삼 교수는 『우리나라의 물정책은 그동안 양의 확보보다는 한계가 분명한 수질보전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었다』면서 『절대 공급량을 늘리지 않으면 예상되는 물부족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초 2011년까지 28개의 다목적 댐을 새로 건설하겠다는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 주민반대로 인한 토지수용의 어려움 등으로 신규 댐의 건설이 현실적으로 쉽지않다는 점을 들어 해수 담수호를 대폭 증설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이는 바닷물을 증발법, 역삼투압법, 증기압축법 등을 통해 정화시켜 호수에 모은 뒤 식수나 공업용수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에는 주로 해안지역 공단에 42개 담수화 시설이 건설돼 가동중이다. 한국과학기술원 토목공학과 박희경 교수는 『해수의 담수화를 통한 물생산은 그동안 생산단가가 높아 제한적으로 운영됐지만 최근에는 기술개발에 따라 경제성이 나아지고 있어 장기적으로 이에 대한 적절한 투자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소규모 하천굴착과 지하수개발 등 지역별 비상 용수원 확보는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십시일반으로 물부족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방편이라고 한양대 토목공학과 윤태훈 교수는 주장했다.

이밖에 지역간 물수급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2개이상의 광역상수도를 연결하는 광역상수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농촌지역의 댐 70∼230개를 직·병렬 수로로 연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낭비수준에 이르고 있는 물의 과소비를 막지않고는 이같은 공급량 확대 정책은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제는 정부가 물수요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한 첫번째 방안은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싼 물값을 인상해 소비량을 줄이는 것이다. 충남대 농공학과의 김태철 교수는 『지금보다 깨끗한 원수와 맑은 정수, 그리고 신선한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다면 물값을 현실화해도 국민들이 납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물의 「재활용」을 위한 중수도 제도 도입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이와관련,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김승수 자원연구실장은 『물값 인상과 중수도 설치, 제한급수 등을 통해 선진국수준의 수요관리가 이뤄진다면 10%의 수자원 개발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유성식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