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타임제(SUMMER TIME·일광절약시간제) 부활논의가 재연되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절약을 위해 서머타임제 부활을 검토하고 있으나 부작용을 들어 반대하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편집자 주> ◎찬성입장/김종덕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절약정책연구팀장·산업공학박사/조명·냉방에너지 절약으로 경제적 이득/근로자 여가확보·향락소비 감소효과도 편집자>
우리는 지금 선진국도약을 눈앞에 두고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시각각으로 발생하는 정치적 소용돌이와 함께 경제적 난관에 봉착, 국가경쟁력은 떨어질 대로 떨어져 좀처럼 회복의 기회를 찾아 볼 수 없다.
최근 수출부진과 수입증대는 무역수지를 크게 악화시켜 작년 한해 206억달러라는 사상최고의 적자를 기록했다. 국민기업 그리고 정부가 한마음으로 뭉쳐 현실을 직시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사고로 무장, 국가공동목표를 향해 매진할 시점이다.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에너지소비 증가율은 세계 5위이다.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서머타임제는 낮의 길이가 긴 여름동안 시계바늘을 1시간 앞당기자는 제도이다. 외국에서는 경제사정이 어려웠던 1·2차세계대선중 도입돼 에너지절약과 군수물자생산의 원활화를 꾀했다.
또 1·2차 오일쇼크때에는 주로 에너지절약을 위해, 평상시에는 여가생활 활성화차원에서 시행되어 왔다. 우리나라는 이제도를 48∼60년 시행하다 87년 재실시했으나 88올림픽용이라는 점과 생활리듬파괴와 근무시간연장 등의 저항감으로 89년 폐지됐다.
서머타임제는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만을 낳지않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서머타임제는 가정용 조명에너지, 업무용건물 냉방에너지의 절감을 통한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의 소비감축은 물론 외화절감과 환경오염저감을 낳을 수 있는 유익한 제도이다.
또 근로자들은 일과후 낮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스포츠 등 옥외 및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소비성 향락문화와 야간범죄가 감소되고 국민의 건전한 여가생활과 치안문제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만 교대근무 종사자나 장거리 통근자 등 아침 일찍 일과를 시작하는 근로자에게는 수면부족으로 생활리듬이 깨질 수 있고 근로자들의 노동강화도 초래할 수 있다.
서머타임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불편이 뒤따르더라도 감내하고 현 위기를 타개해 나아가자는 국민적 일체감을 형성하는데 주요한 원천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서머타임제 도입주장은 결코 작지않은 의미를 지닌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경제사정의 심각성에 비추어볼때 서머타임제는 부정적인 효과보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커 재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반대입장/이정식 한국노총 기획조정국장/생체리듬 깨져 산업재해·교통사고 증가/변형근로제 결부땐 근로시간 연장 우려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폭발 등 지구촌을 경악시킨 대형사고들의 원인이 결국 담당자의 수면부족이나 수면 생리리듬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조사결과가 있었다. 서머타임제의 도입과 관련하여 주의깊게 살펴야 할 대목이다.
시간에는 세 종류가 있다. 태양의 일주운동을 기본으로 정한 물리적 시간과 신체내부의 생리화학적 변화에 근거한 생리적 시간,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재구성되는 심리적 시간이다. 이들 시간중 효율성 생산성 불량률 직무만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건 심리적 시간이다.
서머타임제는 물리적 시간을 바꿈으로써 생리적 시간과 심리적 시간까지 변화시켜 물리적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 시간의 변화에 생리적 시간이 적응하려면 최소한 7∼10일 걸리고, 심리적 재적응의 시간은 더 오래 걸린다. 그래서 캐나다에서는 서머타임제 실시직후 교통사고가 8%나 늘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고, 프랑스에서는 자동차운행시간의 증가로 배기가스가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커 서머타임제를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이 제도의 도입으로 인한 물류비용과 에너지절약효과는 아주 미미하다. 또 겨울이 긴 나라나 여름이 매우 더운 나라에서는 서머타임제가 도움이 되지만 우리처럼 사계절 구분이 뚜렷하고 여름더위가 견딜만한 나라에선 별로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통설이다.
우리나라 노동자는 아직도 세계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고 있다. 생산직 근로자의 경우는 여전히 2교대 근무가 보편적으로 실시되고 있으며, 사무직도 사정이 좋은 편은 아니어서 아침 7시면 출근하고, 저녁에 일과시간이 끝나도 마음대로 퇴근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만일 서머타입제가 도입된다면 노동자들의 생활리듬이 깨지고 퇴근시간이 늦어져 결국 근무시간 연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게 되면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하루에 9명꼴로 산재로 사망하는 등 세계 최고의 산업재해국인 우리나라의 산업재해가 더욱 늘어날 우려가 있다. 또 수면시간이 한시간 줄어들기 때문에 교통사고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우리나라에서 그 부작용은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날치기로 통과된 노동법제하에서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변형근로제와 결부되면 그 악영향은 더욱 커진다.
정부·여당은 무분별하게 새로운 제도 도입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전에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 우선 우리 실정보다 30분 빠르게 만든 표준시를 우리기준에 맞게 만들어야 한다. 또, 법정근로시간 단축이나 실근로시간을 단축하고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정시에 출퇴근하는 사회문화적 풍토를 확립해야 한다.
◎정부 공청회 거쳐 4월까지 시행여부 결정/작년 전화 여론조사선 찬성 73%·반대 14%
서머타임제 부활논의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서머타임제 부활 목소리는 민간사이드보다는 정부쪽에서 먼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일 이수성 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에너지절약 추진위원회에서 5월1일부터 9월30일까지 5개월간 1시간을 앞당기는 서머타임제 시행을 검토키로 했다.
88 서울올림픽을 겨냥해 87, 88년 시행된 서머타임제를 에너지절약차원에서 다시 시행하자는 것이다. 이에앞서 95년 재경원은 과소비 및 산업인력의 유흥업소유입 방지를 위해 이 제도의 도입을 검토했다. 정부는 다음달중 공청회를 열어 여론수렴과정을 거친뒤 4월까지 시행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서머타임제란 낮이 긴 하절기에 표준시간을 한시간 앞당기는 것으로 18세기 후반 영국 미국 등에서 논의됐고 에너지절약이 요구되던 1차세계대전중(1915년) 독일에서 최초로 시행됐다. 미국은 2차세계대전중인 1942년에 도입했고 오일쇼크이후에는 70여개국이 실시중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승만 대통령 집권기인 48∼60년 13년간 시행됐다.
현재 정부가 도입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단연 에너지 절약효과이다. 서머타임제가 시행됐던 88년과 실시되지 않았던 89년의 전력소비량을 비교하면 10%정도의 절약효과가 발생했다. 또 건전한 여가활동시간이 15.6% 증가한 반면 유흥업소 매출액은 30∼50% 감소했다.
그러나 시행에 따른 신체리듬부조화, 근로시간연장 및 노동강도강화 등의 부정적 효과도 나타났다. 서머타임제 실시직후 88년 11월 한국갤럽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수면시간은 평일 33분, 토요일 32분, 일요일 8분정도 감소했다. 88년 11월 총무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근무시간이 길어졌다고 응답한 비율이 39.7%에 달했다.
한편 현대경제사회연구소가 95년 6월 6백3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서머타임제 찬성비율은 73%로 나타났고 반대여론은 14%로 조사됐다. 또 찬성이유로는 여유시간확보(50%) 시간절약(19%) 이른 귀가(15%) 에너지절약(7%) 교통난해소(6%) 등의 순이다. 반대하는 이유는 생활리듬파괴(41%) 수면부족(17%) 근무시간연장(15%) 효과 없다(15%) 귀가시간지연(6%) 등으로 집계됐다.<이영섭 기자>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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