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으로의 긴 여로’‘태’ 등 명작순례 새 경향으로/개그같은 무대풍토 회의… 근원적 화두로 복귀고전으로의 회귀, 앙코르의 잔치. 새봄부터 서울 동숭동 대학로 극장가는 교과서적인 고전작품들로 넘쳐날 전망이다. 공연중인 「유리동물원」(테네시 윌리엄스 작)을 비롯해 「밤으로의 긴 여로」(유진 오닐), 「에쿠스」(피터 셰퍼) 등은 서구의 것이고 「태」(오태석)는 국내의 고전이다. 가을에 열릴 세계공연예술축제에서는 「백마강 달밤에」 「오구」 「산씻김」 「고도를 기다리며」 등 국내 연극사에서 손꼽히는 대표작들을 재공연할 예정이어서 명작순례의 발걸음은 길어질 전망이다.
특히 서구의 고전을 다시 찾는 것은 최근 수년에 걸친 경향이다. 한국전통의 바탕 위에 독자적인 방법론을 구축해 온 극작·연출가 오태석 이윤택까지 셰익스피어를 공연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이러한 경향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이야기구조라는 연극의 본질적 기능, 인간본성이라는 근원적 화두로의 복귀이다. 소극장을 풍미했던 해체주의적이고 퍼포먼스같은 연극들에 연극인과 관객들이 회의를 느끼는 조짐이다. 「밤으로의…」를 제작하는 극단 산울림의 임영웅 대표는 『원점으로 돌아갈 때』라고 말했다. 그는 『개그를 방불케 하는 연극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연극정신은 실종됐다. 연극인들은 왜 연극을 시작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의 원인으로 저작료를 물지 않아도 되고 해외의 최신작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원인이야 어떻든 향수어린 작품을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고전 연극 붐을 뒤집어 보면 우리의 창작이 빈곤하다는 뜻이다. 연극평론가 김윤철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는 창작 빈곤에 대해 「2년 주기설」을 주장했다. 숫자도 뻔한 극작가들이 연이어 좋은 작품을 쓸만한 여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극작가 이강백씨는 2년 주기설에 동의하면서 다음과 같이 전망했다. 『군부독재시절, 연극은 사회와 역사에 대한 무거운 짐을 벗어버릴 수 없었다. 문민정부 들어 가벼운 연극이 홍수처럼 밀려들었다. 우리는 복고풍의 멜로드라마, 가벼운 터치의 패러디극이라는 두 장의 카드를 사용했다. 그것도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고 결국 인간에 대한 물음으로 갈 것이다. 지금은 이를 위한 준비기이다』 창작극에 대한 그의 분석은 고전의 붐현상과 비슷한 맥락이다.
한편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웬만한 경력과 여건을 갖춘 제작진은 흥행을 고려해 신인의 희곡을 무대화하지 않으려 하고 생계유지가 어려운 극작가들은 방송계 등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는 악순환은 연극계의 고질. 이런 점에서 지나간 대표작들을 모아 선보이는 세계연극제가 연극계 발전에 도움이 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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