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표현 11차례 시종 무거운 얼굴/‘덤덤’ 김광일‘눈물’ 이원종 상반표정김영삼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담화를 발표한 25일 청와대 분위기는 하루종일 침울했다. 일부 민주계출신 비서진들은 자괴감을 감추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날 담화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던 연두기자회견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각계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김대통령은 이날 상오 9시30분 정각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 들어와 「취임 4주년을 맞아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담화를 17분동안 읽어 내려갔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반영하듯 침통하고 무거운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선 김대통령은 담화에서 모두 11차례나 「사과」의 뜻을 밝혔고 줄곧 시선을 밑으로 떨구는 등 「낮은 자세」로 일관했다. 특히 담화의 초점인 차남 현철씨 문제를 언급할 때는 눈가에 경련이 일고 목소리가 떨리는 등 참담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담화발표장에는 방송사 중계요원 5명 외에 청와대측 관계자는 한 사람도 배석하지 않았다.
김대통령은 담화에서 『대통령직을 맡은 지 만 4년이 되는 날, 괴롭고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 앞에 섰다』고 말문을 연뒤 지난 4년간의 개혁성과를 반추했다. 김대통령은 곧이어 한보사태에 언급, 자신의 핵심측근이 연루된 점과 차남 현철씨 관련설 등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지난해 노동법 날치기사태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사과의 뜻으로 ▲괴롭고 송구스러운 마음 ▲저의 부덕의 결과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씀 ▲더욱 괴롭고 민망하게 하는 것 ▲크게 부끄러운 일 ▲제 자신의 불찰 ▲다시 한번 죄송스럽다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등 다양한 표현을 사용했다.
김대통령의 목소리는 차남 현철씨 부분에 이르러 가장 처연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아들의 허물은 곧 아비의 허물이라고 여기고 있다』며 아들문제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간곡히 당부했다. 김대통령은 또 담화 말미에서 그동안의 독선적 행태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저의 부족함에 대한 비판과 충언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대통령은 담화발표후 수석비서관들과 가진 오찬에서 『오늘 담화에서 내 각오와 심경을 있는 그대로 밝혔다』면서 『앞으로도 같은 생각으로 국정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피력했다. 그는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면서 『취임 4주년을 무거운 마음으로 지내게 돼 안됐다』고 비서관들을 위로한뒤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자』고 격려했다.
이에앞서 김광일 비서실장은 담화발표후 기자들과 만나 『담화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달라』면서 『대통령이 크게 고심하고 참모들도 모든 얘기를 드린 결과가 이번 담화』라며 비교적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에비해 이원종 정무수석은 『대통령을 잘못 보좌한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대통령을 저 지경으로 만들고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눈물을 글썽여 대조적이었다.
○…이날 담화는 김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윤여준 공보수석과 이덕주 공보비서관이 2주간에 걸쳐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김대통령은 하루 평균 두차례 윤수석을 본관 집무실로 불러 담화기조와 문안 등을 직접 다듬었다고 한다.
윤수석은 『담화에서 아버지로서의 김대통령의 단호한 심경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가장 어려웠다』고 소개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현철씨 문제에 대해 비서실보다 김대통령 자신이 오히려 적극적이고 단호한 생각을 밝혀 담화문에 「응분의 사법적 책임」이란 표현까지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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