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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치’의 기술,다스름의 지혜/김영동(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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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치’의 기술,다스름의 지혜/김영동(아침을 열며)

입력
1997.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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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에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연이어 터지는 대형사건으로 활기에 넘쳐야할 새해가 침울하기 그지없다. 더욱 짜증나는 것은 이런 대형사건들이 서민들의 생활의욕을 꺾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는 데에 있다. 모름지기 통치하는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 나라의 통치자는 알고 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우리 음악을 연주하는 데에는 독특한 연습방법이 있다. 연습을 하기 전에 각 악기의 연주자들이 악기의 소리를 제대로 찾기위해 「다스름」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다스름」이란 무엇보다 음을 다스린다는 뜻이겠지만, 연주하기 전에 마음을 다스린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실제로 가곡에서는 첫 곡에 들어가기 전에 「다스름」이라는 곡목이 있을 정도이다. 그만큼 음악을 하는 준비자세가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마음부터 가다듬고, 서서히 연주해 나가며 몰입할 태세를 갖추도록 자세를 추스려가는 것이다.

또한 여럿이 합주를 할 때에는 혼자만의 소리를 절대 크게 해서는 안된다. 즉 남의 소리를 들어가며 연주를 하는, 신중한 연습 및 연주형태가 강조된다. 그러니까 음악이라는 것은 아무 생각없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남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연주자일수록 전체 합주의 소리를 제대로 냄은 물론, 스스로의 소리도 제대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요즘처럼 자기주장만 하는 세상에서 남의 소리를 듣기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사회전체와 각 집단이 제각각의 소리를 크게 내느라 「화합의 소리」를 잃고 있다. 불협화에 대한 치유방법은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그 방법은 옛 것에서 찾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요즘 자꾸 왕조시대 성군들의 치적이 떠오른다. 그들이 생각했던 정치는 과연 요즈음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일까 하는 맹랑한 생각도 든다.

우리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세종대왕을 높이 평가한다. 그의 업적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기 때문에 굳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이미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 음악인들이 그분을 특히 높이 평가하는 것은 그분이 일찍이 음악의 가치를 깨닫고 통치에 음악의 지혜를 대입할 수 있었던 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오늘의 우리 통치자들에게는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세종대왕을 그저 역사적 인물로만 인식하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된다. 그는 통치의 기술로 음악의 역할을 새로 정리했고, 「악학궤범」의 서문에 직접 글을 실을 정도로 소리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였다. 그는 그 글에서 특히 튀지않는 소리에 중점을 두었는데, 그 내용은 반드시 음악에만 통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회 각 분야에도 이런 점은 통용된다.

옛 성인들은 자기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음악을 가까이 했다는 기록이 있다. 공자도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거문고를 연주했으며 노한 소리, 슬픈 소리, 기쁜 소리 등 갖가지 소리를 통해 정신수양을 하였고, 백결 선생 등 많은 이들이 소리를 통해 세상에 좋은 뜻을 전파하려 했다. 또 세종대왕은 「여민락」이라는 곡을 작곡하였는데 이 곡은 우리가 지금까지도 즐겨 연주하고 있다.

물론 사람의 능력과 특성에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통치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대동소이하다고 생각한다. 각 분야의 소리를 다스릴 줄 아는 음치의 지혜이다. 화합하여 함께하는 음치의 기술이 정치에도 필요한 때인 것 같다.<시립국악관현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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