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노사·학생 모두 구태 벗어나/새 각오로 맡은 일 최선만이 살 길위기에 대한 진단은 신속한 처방과 새로운 각오로 이어져야 한다. 슬기이며 지혜이다. 걸림돌을 탓하기에는 갈길이 너무 바쁘다. 국민은 위기가 닥칠 때 그 위기를 기회로 삼아 슬기롭게 극복했다. 우리는 정말 세상에 드물 정도로 슬기로운 민족이다. 우리의 근세사는 극복의 역사이다. 민족해방과 6·25참화 극복이 그 좋은 예이다. 우리는 더이상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도 아니다. 동남아시아, 동구라파, 중남미 각국이 우리의 발자취를 거울로 삼아 배우고 있다. 맹렬한 기세로 뒤쫓고 있기도 하다.
국민은 힘이 있다. 나라가 벼랑에 서있다는 공동체의 위기의식, 그리고 극복의지 그것이 바로 국민의 위대한 힘이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특별취재팀이 만난 사회지도급인사들은 각계 각부분이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적 분위기는 성숙됐으므로 각계 각부분이 새로운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지도급 인사들은 먼저 정부와 공직사회가 각성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위압적 자세에서 벗어나 공복의 낮은 자세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완화를 서둘러야 하며, 정권이 바뀌기만을 기다리는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의 기회주의도 버려야 한다. 무엇이든 팔아야 먹고사는 무한경쟁 시대에 살면서, 서비스는 뒷전에 두고 고압적 자세로 일관하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망치게 할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치인들에게는 국리민복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을 뽑아준 국민보다 보스의 이익에 앞서는 정치의 맹목성, 권력좇기는 다음다음의 일이라는 것이다. 오늘의 정치인들은 당리당략 보다는, 김씨들의 이해를 좇는 김리김략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우선 급한 것은 나라를 살려놓고 볼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모적 정쟁을 삼가야 한다.
기업인들도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한다고 충고를 한다. 고비용 저효율 탓만을 한다거나, 무작정 해외로 나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곳이 우리의 후손들이 뿌리를 내릴 곳이라면, 장삿속과 나라의 미래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우리의 후손들이 가족의 부양을 위해 동남아시아의 이곳 저곳을 전전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것인가를 기업인 스스로 자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로자들은 제몫 늘리기에만 열중해서도 안된다고 충고한다. 생산성을 늘리는 일에도 열중해야 하며, 기업을 살찌게 해놓고 분배의 몫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산업현장에 노동운동을 직업으로 하는 노동귀족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학생들에 대한 충고는 신랄하다. 이념의 벽이 무너지고 무섭도록 치열해진 국가 경쟁시대에서 운동권의 캠퍼스 장악시대는 지났다고 강조한다. 대학가에서 여전히 최루탄과 화염병 쇠파이프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70년간의 공산주의 실험이 끝나고, 주체사상의 대부가 망명하는 시점에서도 대학가에서만은 사회주의 이념의 끝자락을 붙들고 「마르크스 레닌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더이상 대학가에서 「친애하는 김정일동지」에게 보내는 충성의 편지가 발견되지 않도록, 그리고 눈물로 호소하는 부모를 뿌리치고 평양에 달려가 남한체제를 비판하는 어리석은 학생이 나오지 않도록 대학인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치 경제 사회 각계 각부분이 새롭게 각오를 다진다면 위기극복은 어렵지 않다. 나라 살리기의 국민적 공감대 형성은 이제 출발단계에 서 있다. 국민적 공감대는 각계 각부분의 각성을 촉발하는 분위기가 될 것이다. 김관석 목사는 『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결국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했고 윤형원 한국교총회장은 『내탓으로 여기고 나라를 지킨다는 정신으로 각오를 새롭게 하자』고 제의했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도 『각계 각부분이 할 수 있는 일부터 해 나가면 경제도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환 고려대 명예교수는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국민의 각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승헌 변호사는 『분개만 할게 아니라 나라의 주인답게 현실개조를 위해 모두가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우리가 처한 미증유의 위기는 하루 아침에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믿을 것은 국민의 힘뿐이다. 국민이 슬기롭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줘야 할 때이다.<특별취재팀>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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