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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세상의 절반’ 무색한 과학계(전문직 여성의 위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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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세상의 절반’ 무색한 과학계(전문직 여성의 위상:2)

입력
1997.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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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처 위원 192명중 여성 1명/대덕단지 여성 연구원 4.7%/육아·출산 어려움에 뿌리깊은 학문적 편견까지/과학분야는 여전히 여성들의 ‘불모지역’우리사회의 대표적 편견 중 하나는 여성들은 논리적인 과학에 약하다는 것이다. 중·고교에서 여학생에게는 가정, 남학생에게는 기술을 가르치는 분리교육을 해왔던 것도 편견 때문이었다. 이제는 많은 여성들이 과학분야에 진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공학자로 대표되는 여성과학자의 수는 훨씬 적다.

96년 서울대 공대 재학생 중 여학생의 비율은 학사는 5,912명 중 258명(4.4%), 석사는 1,342명중 54명(4%), 박사는 647명중 17명(2.6%)이다. 교육부 96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이학계 여학생의 비율은 44.5%지만 공학계는 8.3%뿐이었다. 90년 영국의 이학계 여학생이 42.5% 공학계 12.1%, 미국은 각각 45.3%와 13.9%인 것과 비교하면 특히 공학계에서 여학생 수가 적다.

여교수의 수도 아주 적다. 숙명여대 화학과 김명자(52) 교수의 지난 95년 조사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이공대 여교수의 비율은 2.8%. 생물학(9.6%) 화학(6.2%) 등을 제외한 공과 계열만을 친다면 불과 2%이다. 과학기술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하는 여성의 숫자는 더 미미하다. 과학기술처 산하 12개 위원회 192명 위원 중 여성위원은 과학기술사 관리위원 정화자(서울산업대) 교수 1명뿐이다.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오세화(54) 회장은 『과학기술정책에 과학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데 여성과학자들 의견은 말할 것도 없다』고 지적한다.

고급연구인력 중 여성 비율도 저조하다. 94년 과기처 산하 대덕연구단지 22개 연구소 연구원 4,120명 중 여성은 203명(4.7%)이다. 연구원 12.4% 선임연구원 3.1% 책임연구원 2%로 직위가 높아질수록 여성의 비율은 적어진다. 특히 행정업무 보직에서는 여성과학인들이 소외되어 있다.

여성과학자들이 겪는 공통적인 어려움은 취업이다. 표준과학연구원 정광화(49) 박사는 『팀워크나 대외업무 등에서 남성을 선호하는 사회적 풍토가 존재한다. 개인적 능력은 여성들이 뒤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코펙) 연구원 이성희(31)씨는 『여성은 두뇌의 질이 떨어진다는 전반적인 불신감이 있다』고 밝힌다. 기혼여성 연구원들에게 어려운 것은 육아문제다. 표준과학연구원 유경화(38) 연구원은 『장기출장이나 밤샘실험이 잦아 아이를 돌보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여성연구원의 수가 비교적 많은 한국화학연구소 이서봉(60) 소장은 『편견을 갖지않고 뽑으려 애쓴다. 그러나 결혼과 출산을 전후로 능률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 학사 석사수준에서는 남자를 선호한다』고 밝힌다.

최근 논문 「지식기반 경제에서의 여성과학기술인력 양성과 활용방안」을 발표한 한국여성개발원 김영옥(39) 연구원은 『앞으로 과학기술인력의 수요는 느는데 공급은 늘지않고 있다. 우수한 여성과학자를 활용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덕단지 여성연구원 현황/실험위주 학문 집중/생명과학·화학 많고 기계·항공분야 전무

94년 대덕단지 연구소 연구인력의 남녀 비율을 보면 여성에 대한 전통적 고정관념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험을 주로 하는 생명과학이나 화학분야에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많고 야외에서 시료채취나 탐사 등을 하는 자원 해양연구소 등에는 소수만이 진출해 있으며 육체적으로 힘든 작업이 많은 기계 항공연구소에는 여성이 전무하다.

◎한국원자력연구소 민병주 박사/“밤샘연구 밥먹듯/남자보다 2배 노력”

『여성연구원 기피의 큰 이유는 팀워크를 잘 이룰 수 있는지 의구심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위의 여성연구원들이 잘 해내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소 민병주(38) 박사는 연구소의 27명 여성연구원 중 유일한 여성박사 연구원으로 중수로 핵연료 개발팀에 소속되어 있다. 「중수로」란 원자력 발전시 노심을 냉각시키는 냉각재와 중성자의 속도를 늦추어주는 감속재로 중수(heavy water)를 사용하는 원자로다.

지난 77년 이화여대 물리학과에 입학, 동대학 석사과정에서 고체물리를 전공했던 민씨는 84년 일본 규슈대학에 유학하면서 핵물리로 전공을 바꿨다. 물리학과 핵분광학교실에 입학허가를 받을 때 지도교수는 걱정어린 충고를 했다. 한 달이면 10∼15일씩의 밤샘에 무거운 계측기를 들어야 하는 등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 많으므로 웬만하면 다른 분야를 하라는 것. 그러나 민씨는 굽히지 않았고 규슈대학 물리학과 핵분광학교실의 첫 여성박사과정생이 됐다.

민씨는 91년 박사학위를 받은 뒤 일본 원자력연구소와 일본 이화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지난 91년 6월 정부유치과학자로 한국원자력연구소에 자리잡았다. 연구로 결혼이 늦어져 33세이던 92년 연구소내 동료인 남편과 결혼했다.

민씨는 『여성연구원은 일이 많으면 알아서 밤샘을 하는 등 남성들보다 배의 노력을 해야 연구논문심사, 인사고과에서 남자에게 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노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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