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실패 난국 초래/부패·무능한 관리 가차없이 쓸어내고 빛나는 인재 찾아야이상면 교수는 김영삼정부 출범 4주년을 맞아 한국일보에 기고를 희망해 왔다. 이 글의 내용은 한국일보의 견해와는 관계없음을 밝힌다.<편집자 주>편집자>
취임시 한국병을 고치고 제2의 건국을 하겠다던 김영삼 대통령이 지금 흔들리고 있다. 한때 정치 9단이라 하여 국내외의 시선을 모았던 그가 이제는 비틀거리고 있다.
역사바로잡기니 과거청산이니 하는 한풀이에 정신을 놓는동안 대형참사가 일어났고 경제는 도탄에 빠졌으며 간첩들이 장안에 우글거리게 됐다. 국가기강은 땅에 떨어졌다. 한보사태로 대통령의 주위에는 부패한 관리들이 득실대는 것처럼 보인다.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대통령치고 잘 해보고 싶지않은 대통령이 있겠는가. 사람들은 그가 고집스럽다거니 별별소리를 다하지만, 그는 서울대 출신의 7선의원으로 대통령이 되었으며 사실은 남의 말에도 귀를 잘 기울이는 자상한 분이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으로서 치명적 결함을 갖고 있다. 다름아닌 인사문제다. 취임초 그는 인사는 만사라 했으나 이미 수많은 시행착오에서 보듯이 그의 주위에는 탐관오리가 적지 않았으며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임명하여 물의를 빚기도 했다.
내가 김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처음으로 감지한 것은 20년전 김대통령이 야당총재로 보스턴의 하버드대학을 방문했을 때였다. 유학생회 회장으로 영접하는 나에게 김대통령은 독재정권은 곧 무너질 것이라며 정권을 잡게되면 자연히 사람이 모이게 될 것이므로 인재는 그때 가서 골라쓰면 된다고 했다. 과연 김대통령은 정권을 잡자 정말로 자기에게 찾아와 머리를 조아리고 한자리를 바라는 사람을 골라썼다. 신세진 사람들을 대거 등용했고 그중에도 특히 신문기자출신을 우대했다.
그 결과, 문민정부 아래서 전문성은 현저히 떨어졌고 국가정책에는 종종 졸작이 나타났다. 국민을 분노케 했던 지난 연초 국정연설문이 대표적인 예다.
임기를 1년이나 남겨놓은 대통령이 지금에 와서 청와대를 떠나고 싶다고 말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직무유기이며 국가와 민족의 역사앞에 죄를 짓는 것이나 다름없다.
늦었지만 김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분연히 일어나 부패하고 무능한 관리들을 가차없이 쓸어내야 한다. 한때 신세를 져서 등용했던 사람이라면 이제는 그만 내보내는 것이 좋을 것이다. 탐관오리는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 그리고 온세상에 탐문하여 보석처럼 빛나는 인재를 찾아야 한다. 이것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곧 당정개편이 있으리라고 한다. 김대통령이 위기에서 헤어나려면,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전환을 해 인사정책을 쇄신해야 한다. 군사정권도 아닌데 얼굴마담을 총리로 써서는 안된다. 더더욱 국민의 신망을 받지못하는 사람을 임명했다가는 참담한 정국을 헤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혐의가 있는 공직자는 그야말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철저히 조사해 죄상을 밝혀내야 한다. 구습에 물든 검찰이 제 구실을 못한다면 대통령이 스스로 국회에 탄원해 진실을 밝혀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용기도 보여야 한다. 아들이라도 죄가 있다면 처벌할 수 있어야 위대한 통치자가 될 수 있다. 권력에는 아들도 가신도 없다. 오직 인재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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