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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봇물 ‘보석’ 고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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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봇물 ‘보석’ 고르려면

입력
1997.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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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정서 맞고 글·그림 조화 이뤄야… 나이따라 전래­창작­외국동화 순주부 김지희(34·서울 서초구 반포동)씨는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이들이 우리 고전과 세계명작을 거의 다 읽었다고 하여 깜짝 놀랐다. 자세히 알아보니 그들은 만화로 간추린 책을 읽고 책을 읽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이 읽은 책 중에는 너무 짧고 우습게 각색한 것도 있었다. 아이들은 디즈니 만화영화로만 본 뒤 원작을 다 읽은 듯이 착각하고도 있었다. 『이렇게 책을 읽은 아이들이 가난해도 여유를 잃지 않았던 옛 사람들의 위엄을 어떻게 알며 「인어공주」를 읽고 며칠동안 마음이 아팠던 감동을 어떻게 이해하겠느냐』는 김씨는 『책을 골라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말한다.

어린이 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어떻게 양서를 고르느냐로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다. 「어떻게 하면 내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될까」 「어린이 그림책의 세계」 등 어린이 책을 선정하는 비결을 담은 책도 많이 나와있다. 그러나 이 책들이 소개하는 비결도 저마다 한계가 있다. 부모들이 책 고르는 원칙을 알아두면 좋다.

어린이책 기획자를 키워온 철학자 윤구병씨는 어린이 그림책을 고르는 요령으로 △우리 정서에 맞는가 △그림이 아름다우면서도 정확한가 △사람의 눈으로 보듯 전체를 파악한 그림을 실었는가 △글과 그림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가를 살펴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현실과 자연을 다룬 그림책부터 읽혀야 책이 환상이 아닌 현실을 다루고 있다는 생각에 건강한 상상력이 자라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생명체의 모습을 일부만 떼어내어 사진 찍듯 그린 그림은 은연중에 생명경시를 부추긴다. 그림책의 글은 어린이들의 「입말」을 그대로 살린 것이 좋고 번역책이라면 우리말로 제대로 옮겼는지 살핀다. 전래동화도 지나치게 현대식으로 각색한 것이나 문어체로 쓴 것은 나쁘다. 윤씨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부모들이 책 공부를 많이 해 「부모들이 고르라」는 것.

「옛이야기 보따리」(보리) 작가이기도 한 서정오(대구 감삼초등학교) 교사는 초등학생들은 전래동화―창작동화―외국동화의 순으로 책을 골라주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외국동화부터 먼저 접한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가 한동안 나는 왜 피부가 검을까 하고 우울증에 빠진 것을 보았다』는 서씨는 『우리나라 정서에 익숙해지고 나라마다 문화·지리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나이가 된 뒤 외국동화를 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창작동화는 「현실을 일러주되 따뜻하게 묘사한 것」이 좋은데 대표적으로 마해송 이원수 권정생 박상규 현덕 등의 작품을 꼽았다. 우리 역사를 일러주는 책은 좋으나 지나치게 위대하다고 과장한 책은 걱정스럽다. 『자란 뒤 그 내용이 거짓이라는 것을 발견하면 절망감과 불신에 빠진다』는 서씨는 그런 점에서 어린이를 위한 정확한 역사책이 나와주길 희망했다. 세계명작은 지나치게 구미에 편중되어있고, 위인전은 그의 어린시절까지 미화한다는 점에서 조심해야 한다고 들려준다. 『어른이 재미있어하면서 감동받은 책은 어린이도 그렇다』고 서씨는 선정요령을 요약한다.<서화숙 기자>

◎선정방법 다룬 책들

◇내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될까=어린이도서연구회 회장을 지낸 곽정란씨가 쓴 독서교육서.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를 대상으로 도서선정기준과 독서지도요령을 소개했다. 연령에 맞는 양서를 소개하고 36권은 따로 서평난을 마련했다.<차림>

◇책나라로 가는 길=소년한국일보 김수남 사장의 독서지도서. 책읽기를 지도하는 요령을 주로 다뤘다.<현암사>

◇우리동화 바로 읽기=아동문학평론가 이재복씨가 편 아동문학연구서. 아동문학가 평전과 작품선이 들어있고 한때 유행한 소설가들의 동화를 비판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한길사>

◇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어린이 책 번역에도 기여한 대학강사 최윤정씨의 어린이책 문화론. 다루고 있는 책은 적으나 우리나라 말로 제대로 옮기지 못한 번역도서의 문제점을 제기한 점이 탁월하다.<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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