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솔한 사과로 성난 민심 달래기/현철씨 파문·노동법 등 “책임통감”/정치일정 구체화 포함여부 고심김영삼 대통령이 25일 발표할 특별담화의 주제는 「사과」로 집약될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노동관계법 개정과 한보사태 등으로 빚어진 난국에 대해 국정책임자로서 국민에게 솔직한 사과와 함께 차남 현철씨 파문과 관련해서도 책임을 통감한다는 심정을 밝힐 것으로 관측된다.
김대통령은 최근 신한국당의 이회창, 최형우 고문 등 일부 대선주자를 포함한 여권인사는 물론 사회 각계의 지인들과 만나 많은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이들로 부터 현철씨 부분 등 현실인식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고언을 들었으며 이를 이번 담화에 충분히 반영할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이날 특별담화가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 이외의 내용으로 관심을 끌게 될 것을 원치않는 분위기이다. 특별담화 발표를 이례적으로 생중계하는 것도 녹화할 경우 대통령의 절실한 심정을 그대로 국민들에게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번 담화에 현철씨 문제나 정치일정 등에 관한 구체적 조치나 방안 등이 담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고위관계자는 『이 담화를 통해 국민들의 마음이 대통령에게 다시 모이도록 해야한다』며 『국정쇄신책 등에 관해서는 일단 원론 수준에서 언급한뒤 차츰 당정개편 등 다른 방법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김대통령이 이번 담화에서 대선후보 선출방법과 시기나 노동관계법 재개정에 대한 방향을 제시할 경우 본말이 뒤바뀔 우려가 있다』며 『국민들의 기대를 모르는 것이 아니나 우선 겸허하게 사과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막바지까지 사과의 정도와 현철씨나 정치사안과 관련한 구체적 조치를 담을 것인지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총체적 위기에 빠진 국가와 정부의 심기일전을 위해서는 사과성 담화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여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현철씨의 경우 『진위가 어떠하든 자식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식의 표현으로 국민들의 감정을 진화하고 납득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임기를 1년 남겨놓은 시점에서 하게 될 담화에서 단순히 감상적 사과와 호소를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현실인식이 덜 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있는 것이다.
청와대는 현철씨 수사에 대한 여론의 흐름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담화 내용을 계속 손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이 많은 생각을 하고있는 것 같다』며 『24일 늦게까지라도 현철씨 부분을 포함, 국정전반에 대해 새로운 지침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김대통령은 이번 담화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뇌를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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