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대북공조 낙관적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는 김영삼 대통령 취임 4주년에 대한 한국일보의 특별기고 요청에 응했다. 한국을 누구보다도 잘아는 미국인인 그는 국내문제에 대한 언급을 사양한 채 한미관계와 한반도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편집자 주>편집자>
김영삼 대통령의 취임 4주년을 맞는 이 시점에서 나는 향후 수개월동안 한반도에서 벌어질 사건들을 예견해 본다. 결론은 상당히 낙관적이다.
집권 2기를 맞은 클린턴행정부는 한국과의 관계에서, 특히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보다 긴밀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이익이 된다는 생각에 도달한 것 같다. 미국에서는 다양한 아시아전문가들이 한국문제에 관한 회의를 해오고 있는데, 이들은 한미간의 대북공조가 원만할 때는 만사가 순탄하게 풀려나가지만 양국간에 간극이 벌어지면 일이 꼬인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클린턴행정부도 이같은 메시지를 터득한 것같다. 외교팀의 선봉에는 탁월한 여성 국무장관인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자리잡고 있다. 그녀와는 카터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위(NSC)에서 함께 일하면서 개인적으로 알게 됐다.
올브라이트와의 대화를 통해 느낀 점은 그녀가 한반도와 관련된 이슈들을 숙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는 최근 한국방문을 통해 클린턴행정부가 전반기보다는 훨씬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아시아문제에 할애할 것임을 김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관계자들에게 약속했을 것이다.
양국관계의 앞날을 낙관하는 두번째 이유는 황장엽 북한 노동당비서의 망명에서 드러난 주체사상의 몰락과 이 사건에 대처하는 평양측의 태도에서 기인한다.
정보요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나는 구 소련에서 넘어온 망명객들을 알고 있고 일부 망명사건에 직접 관여하기도 했다. 망명자들은 대개 2개 부류도 나뉘어 진다. 「성난 망명자」로 부를 수 있는 그룹이 한 부류로 이들은 당시 소련이 특정사건을 부당하게 처리하자 불만을 품고 순간적인 충동에서 조국을 등졌다. 이들도 정보가치가 있었지만 대개는 스스로의 망명 이유를 의심하게 되는 등 불행하게 끝났다. 두번째 부류는 황비서와 마찬가지로 흔치는 않지만 정보가치가 매우 큰 경우이다. 이들은 상당동안 소련체제의 결함을 관측하고 숙고를 거쳐 망명한 사람들이다. 핵물리학자 안드레이 사하로프, 작가이자 철학자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등이 이런 그룹에 속한다. 이들이 공산 이데올로기에 대해 느꼈던 고립감은 소련이 몰락의 길에 접어들고 있음을 알려주는 중요한 이정표였다.
나는 황비서를 두번째 범주에 넣고싶다. 그가 발전시키고 지지해온 주체사상은 지난 수년동안 북한체제를 떠받치는 중요한 요소였다. 나는 지난 19일 로스앤젤레스 남가주대학의 한 모임에서 황비서의 망명이 의미하는 바를 설명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청중 가운데는 89년 북한을 방문해 황비서와 만난적이 있던 조지 터튼 교수도 있었다. 터튼 교수는 8년전 황비서와의 면담도중 주체사상을 진지하게 설파하던 황비서로부터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황비서는 당시 북한이 한국과의 사상경쟁에서 결국은 승리할 것이라고 조금도 의심치 않고 있었다고 한다. 터튼 교수는 황비서의 망명은 중대한 의미를 지니며 그가 알고있는 바를 털어놓을 경우 정보가치는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황비서를 「변절자」로 부르고 있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김정일이 황의 망명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정했음을 시사해준다.
한미 양국은 혼돈상태에 빠져 있으면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김정일의 확고한 장악아래 들어가고 있는 북한체제를 다루는데 있어 아주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만일 김정일이 책임있게 행동할 경우 그는 더불어 남북대화를 진행 시킬 수 있는 인물로 부상할 것이다. 이같은 사실들이 한반도문제를 낙관할 수 있게 해주는 근거가 되고 있다.<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코리아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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